6월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 … 사실상 관찰대상국 지정트럼프 2기 환율전쟁 시작 … 중국 위안화 타깃 가능성韓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제안 가능", 李총재 "별도 협의가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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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목(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왼쪽 첫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스콧 베센트(왼쪽 세번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기재부
한미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상 테이블에 환율 문제가 새롭게 부상했다. 미국이 관세 협상을 넘어 환율을 협상 카드로 꺼내면서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 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오는 6월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원화 가치 절상 압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처럼 환율을 무역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다.다만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 외환당국의 인위적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환율 이슈 부상한 '7월 패키지' … 美, 압박 수단 확대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2 통상 협의에서 이른바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협의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당초 논의 대상이었던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외에 환율 문제가 새롭게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미국이 협상 카드로 환율을 추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지난해 9월 30일 1,307.8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과 국내 비상계엄 사태 등을 거치며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된 상태다. 미국은 이러한 원화 약세를 한국이 대미 수출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한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조만간 발표할 환율보고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 교역국을 평가해 환율보고서를 발간한다.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를 초과하는 경우 등 3가지다.한국은 지난해 11월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요건을 충족해 1년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에 지정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미 무역흑자는 약 66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5.3%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오는 6월 발표 예정인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관찰대상국에 들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환율 미세조정이나 원화 절하 자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원화 절상 압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금은 인위적으로 원화 강세를 만들라고 요구할 만한 시대가 아니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요구한다면 상당한 시장 충격이 있을 것 같다"며 "그게 아니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넘어 환율 전쟁?…트럼프式 통상 압박 재현 조짐미국이 이번 7월 패키지 협상 테이블에 통화 정책을 올린 배경에는 '환율 전쟁' 재개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통상 전략 차원이라는 평가다.미국은 고질적인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단계로 관세를, 2단계로 환율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 때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스티븐 미런 위원장이 발표한 보고서가 주목된다. 해당 보고서는 관세를 통한 압박 이후, 약달러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전략을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전문가들은 만약 환율 전쟁 '시즌2'가 본격화된다면, 관세 전선에서 유일하게 맞서고 있는 중국이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자신 소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서 '비관세 부정행위'의 8가지 유형을 발표하며 '환율 조작'을 첫 번째로 꼽았다.미국은 이미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경험이 있다. 당시 미국은 환율보고서 발표 시기가 아니었고 3가지 지정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 하나만 해당됐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중국을 지정했다.환율전쟁이 본격화되면 위안화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원화 역시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한국 실물경제가 추가 타격을 받을 위험성도 제기된다.◆ 韓 "원화 약세, 정부 개입 아냐" … 통화스와프 제안 카드 주목구체적인 협상 안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간 환율 논의가 과도한 우려로 번질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2+2 통상 협의' 후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환율 조작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특히 환율 문제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별도 협의를 제안하면서 실무 채널을 통해 다루기로 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환율 관련 정례 협의를 이어온 만큼, 이번 논의도 기존 실무 논의의 연장선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한국 정부는 최근 원화 약세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세 전쟁 여파로 원화 약세가 강화된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비상계엄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환율이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인위적 개입이 아닌, 대내외 복합적 요인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한국 외환당국의 개입 역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수준에 머물렀으며, 과도한 원화 약세를 완화하기 위한 시장 안정 목적이었다는 점도 부각할 수 있다.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한국에 유리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정부가 환율 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대신, 상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할 수 있다"며 "협상을 우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면, 재무부와 별도로 하는 게 낫다"며 "환율은 정치화되기 쉬운 문제고, 경제학자가 아니면 환율의 속성을 잘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 재무부는 우리 기획재정부처럼 환율 관련 전문가 집단”이라며 “이해도가 높은 양측이 협의하면 훨씬 더 전문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