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 가속화' 공약'원전' 내용은 쏙 빠져 … 원전 업계 '탈원전' 공포서울대 "文 탈원전으로 47조원 손실" 연구결과 발표김문수 "AI시대 원전 비중 확대해 안정적 전력원 확보"
  •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원전 시설의 모습. ⓒ체코전력공사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원전 시설의 모습. ⓒ체코전력공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공약을 두고 원자력발전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후보가 최근 공개한 에너지 분야 공약에는 원전에 대한 언급이 아예 빠졌다.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처럼 또 다시 탈원전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탈원전을 속속 폐기하고 신규 원전을 늘리는 추세인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글로벌 탑티어(top tier·일류)인 우리 원전 산업이 국제적인 흐름에서 뒤처지면서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문 정부의 탈원전을 이겨내고 겨우 일어선 한국 원전 산업이 또다시 운명의 기로에 놓였다. 

    ◆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 美·中 경쟁적으로 원전 용량 증설

    21일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원전 활용 정책을 새롭게 펼치거나 탈원전을 선언했다가 최근 다시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모든 연방기관의 원전 규제 정책을 검토하고 비상권한을 동원해 '미국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기도 했다. 

    유럽의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지난해 2050년까지 신규원전을 최대 14기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 원전 6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계획에 비해 8기 확대된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민간 원자력 로드맵 2050'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24GW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같은 기간 원전 설비용량 6.8GW를 달성하겠다고 했었다. 영국은 또 대영원자력(GBN) 기구를 출범시키고 신규 원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5%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신규 원자로 150개를 건설해 1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2060년에는 발전용량 400GW를 확보해 원자력 발전비중을 18%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원전 운전기한인 60년을 실질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GX 탈탄소 전원법'을 제정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도 탈원전 폐기로 유턴하고 있다. 유럽 탈원전 1호 국가인 이탈리아는 지난해 7월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고, 지난 3월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지난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한 스위스도 지난해 8월 탈원전 폐기를 발표했다. 

    또 스웨덴은 1980년 탈원전을 선언했다가 2022년 10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벨기에도 2003년 탈원전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원전 운영을 중단하려 했다가 지난해 6월 원자로 2기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다. 대표적 탈원전 국가였던 대만은 지난 13일 최장 40년이던 원전 설비 운영 면허 유효기간을 60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85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을 고수해온 대표적인 친환경 국가인 덴마크도 최근 차세대 원자력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탈핵기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이재명 "원전은 위험하고 문제" … 한국 원전 또 운명의 기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원전 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실시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각 후보들의 원전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8일 TV 토론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원전을 활용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질의에는 "원전은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AI 3대 강국을 하면서 어떻게 원전을 짓지 않을 수 있나"라며 "값싸고 안전한 원전을 안 하는 것은 잘못된 환경론자의 주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전에 대한 두 후보의 시각차는 '10대 공약'에서도 드러난다. 이 후보는 지난 2022년 21대 대선 땐 원전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감(減)원전' 정책을 제안했는데, 이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태양광·풍력 등 탄소중립산업의 국산화 및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원전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김 후보는 '10대 공약'을 통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 차질 없이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 추진 및 원전 비중 확대로 안정적 전력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원전 비중을 확대해 AI시대 에너지 공급능력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파주시 금릉역 중앙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파주시 금릉역 중앙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원전 업계 분위기 뒤숭숭 … "민주당 집권하면 원전 산업 위축"

    한국의 원전 산업은 정권에 따라 운명이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고사 직전까지 갔다가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을 폐기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활했다. 지난해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체코 내부 문제로 최종 사인이 늦어지고 있지만 수주 확정엔 문제 없을 거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출범 직후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3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해 9월 고리 3호기가 운영 허가 만료로 운전이 중단됐다.

    올해 8월과 12월에는 고리 4호기와 한빛 1호기가 멈춰서며, 2026년 9월과 11월에는 한빛 2호기와 월성 2호기도 가동 연한이 만료된다.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탈원전으로 백지화됐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개됐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2023년 5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해 멀쩡한 원전이 차례로 멈추면서 발생한 비용(손실)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총 47조4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서울대는 원전 생태계 부실화로 인한 비용 증가 등 외부효과는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전 업계는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탈원전 악몽'이 재현 될 수도 있다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 산업은 궁극적으로 대형 원전과 SMR하고 같이 가야 한다"면서 "이 후보의 에너지 공약을 보면 그런 내용이 빠져 있으니 친원전이라고 볼수는 없는 것 같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원전 산업은 지금보다 더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탈원전이 될지 감원전이 될지는 대선이 끝나고 나서야 알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원전 산업은 위축 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