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에 기본사회 … 정부가 돈 풀면 물가 오르는데李 대통령 "물가 안정 대책" 주문 … 고심 커지는 정부사실상 물가 상승률 높은 개별 품목 집중 관리에 그칠 듯공정위, 라면 등 식품 업체 가격 담합 조사 할 가능성도
  • ▲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데일리
    ▲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9일 '라면값 2000원'을 언급하며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정부 당국이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시장에 전방위로 개입하는 퇴행적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역대 정부가 출범하면 항상 되풀이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식품업체 가격인상 담합 조사,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대출 금리 인하 요구 등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던 부처의 칼자루 휘두르기가 어김없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경제는 심각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기준금리 인상,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 개별 품목별 관리 등 크게 세가지다.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라 정부가 개입할 수 없고, 재정지출 축소 방안도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어긋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은 사실상 개별 품목별 관리에 집중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식품 업체의 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등 범부처 차원에서 기업 때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며 관련 부처에 물가 대책을 조기에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한테 너무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현황과 가능한 대책을 챙겨 다음 회의 이전이라도 보고를 해달라"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했다. 전월 2.1%보다 0.2%p 하락했다.

    농산물(-4.7%)과 석유류(-2.3%) 가격이 하락하며 전체 상승률을 둔화시켰지만, 먹거리 가격은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2%, 6.0% 올랐다. 가공식품도 전년 동월대비 4.1% 올랐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고등어 10.3%, 돼지고기 8.4%, 국산 쇠고기 5.3%, 수입 쇠고기 5.4%, 달걀 3.8%씩 각각 상승했다.

    정부는 곧바로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동결, 가공식품 담합인상 모니터링 강화, 농·축·수산물 수급안정대책 마련 등을 통해 총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요금 동결의 경우 정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 가스 요금 등을 동결시켜 가공식품 업체와 외식 물가의 원가 상승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지속할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부담을 늘릴 수 있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 204조원에 이른다.  

    먹거리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은 물가 상승률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비축 물량을 대거 풀거나 수입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동통신사도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특정 식품 분야 기업을 상대로 광범위한 담합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콕 찍어서 언급한 라면 제조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사 타깃이 될 수 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09.ⓒ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09.ⓒ뉴시스
    다만,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경기 부양을 이유로 '20조원+알파'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본사회 공약 추진 등 막대한 재정지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산금리 산정 구조가 바뀌고 금융감독원을 통한 대출금리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건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어떤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놔도 효과가 한시적이거나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금 내수 경기가 너무 침체돼 있기 때문에 2차 추경을 하는 것인데 이런게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수입 확대를 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을 쓸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계속 쓸 경우 물가를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과거처럼 정부가 개입을 해서 특정 물건 가격을 못 올리도록 강제하는 방식은 지금과 같은 시장경제 세상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그게 된다고 하더라도 가격을 내린 만큼 재료가 부실해져서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동준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절약해서 추경 편성을 할리 없고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건 앞 뒤가 안맞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