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원유 대부분 중동서 수입 … 국내 물가 상방요인 작용중동전쟁 확산되면 수출도 위험 … 반도체 수출 급감 우려원달러 환율 1400원대 전망까지 … 정부, 비상대응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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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폭발하면서 발생한 섬광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 수뇌부를 폭격한 뒤 양국의 충돌이 격렬하게 지속되며 중동 정세가 격랑으로 빠지자 우리 경제가 물가와 수출, 외환 등 여파로 복합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15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간) 이란의 주요 가스전과 지하 미사일 시설까지 공습하며 이란에 대한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이틀째 지속 중이다. 계속하고 있다. 40시간 넘는 표적 공습에 이란이 대응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중동지역에서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30%가량을 수입하는 우리로선 중동전쟁의 확산세가 가시화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쟁이 지속될 경우 수출 활로가 위축되고, 유가 상방압력에 따라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전기·가스 요금 등을 자극하며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재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 이란 수출은 1억8331만달러(약 2540억원), 대 이스라엘 수출은 19억1367만달러였다. 전체 수출액 6322억달러와 비교하면 각각 0.03%, 0.3%에 그치는 수준이다.양국과 직접적인 무역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확전으로 세계 경제가 움츠러들면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로서는 직격탄 우려가 커진다. 경기 둔화로 각국에서 IT제품 수요가 급감하면 지난 5월 기준 수출 최대치를 기록한 반도체의 수출 전선도 타격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전쟁 수준이 이대로 끝나면 우리 수출에 직격탄이 있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확전 위험성이 커질 수록 수출을 비롯해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또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상방 압력도 우려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원재료를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LNG 가격은 한전이 발전사들에 전기를 사고 지불하는 비용인 'SMP(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고 있어 국제유가에 가장 민감하다.실제로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8.58% 상승한 배럴당 73.88달러에 거래됐다. 8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8.23% 오른 75.07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배럴당 77.62달러까지 오르며 상승 폭을 14.07%까지 키우기도 했다.더구나 시장에서는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석유와 가스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하는데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역시 대부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유가 가격이) 70달러대의 적정 가격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전쟁이 본격화되고 장기화되면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특히 통상적으로 유가 상승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인상 압박에 더해 외식물가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 경우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져 경기 부양 카드마저 없어지게 된다.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유가 인상은 산업 구조상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동 전운이 고조되는 것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우려했다.이런 흐름에선 외환 가격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13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369.6원인데 중동전쟁이 악화되면 14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이에 정부는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 동향과 시장반응,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관계부처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실물·시장 동향에 대한 점검·대응을 강화하는 등 상황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의 강경 대응이 지속될 경우 분쟁은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동 정세는 1973년 욤키푸르전 이후 가장 심각한 다중분쟁 상황으로 치닫게 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에도 미치는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은 훨씬 커질 수 있다.강인수 교수는 "중동전쟁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은 국내 증시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전쟁이 확산세를 보일 수록 코스피를 비롯한 국내 증시는 하락하고,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는 치솟아 원달러 환율은 고꾸라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