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도 이자·비이자 수익 모두 증가 … 사상 최대 실적 경신정부 '생산적 금융' 전환 압박 … 벤처·AI 중심 투자로 방향 선회 요구은행권 "실현 방안 없이 질타만 … 수익 모델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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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 놀이'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협회장들을 긴급 소집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생산적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후속 대응에 착수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약 1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3천억원)보다 10.5% 증가했다. 

    KB금융은 3조4000억원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우리금융은 1조5000억원으로 11.6% 감소했으나 2분기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이익을 올렸다.

    금리 인하에도 이자이익은 되레 증가했다. 상반기 4대 금융의 이자이익은 총 2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도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유가증권 수익과 외환·파생 손익 등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며 상반기 실적을 뒷받침했다.

    실적 발표 직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지 말고 미래 산업과 자본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위주의 대출 관행을 겨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를 지양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오는 28일 은행·보험·여신·금투 등 업권별 협회장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자산 흐름의 전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10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펀드와 연계해 AI·바이오·에너지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민간 자금이 유입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메시지가 일방적이라는 불만을 내비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는 내리라 하고, 대출은 줄이라 하고, 이자수익도 줄이라 하니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투자는 리스크인데 실행 방안 없이 방향만 제시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임원은 "이 대통령 발언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는 차원으로 보지만, 기술력만 있고 담보가 부족한 기업에 선뜻 대출을 집행하긴 어렵다"며 "기술 중심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심사역 양성과 정부 보증 프로그램 연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고배당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혁신금융 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위험가중치 조정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유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제도적 기반 없이 '이자수익을 줄이라'는 주문만 반복될 경우, 금융시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예대마진 천수답 경영" 비판 재점화 … 대출로 연명

    금융권을 향한 질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는 수십 년째 예대마진에 기반한 '천수답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외형적 해외 진출에도 글로벌 금융기관 인수는 전무하고, 자산 운용 실력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했다지만 자산 운용 능력은 후진적 수준을 면치 못하고 선진 금융회사 인수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운용 실력이 떨어지니 손쉬운 예대마진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 입장에선 예대마진으로 연 수천억 이익이 보장되는데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안전한 대출만 반복하고 실적만 챙기며 연임을 노리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려면 정책적 유인과 리스크 분산 장치가 필수"라며 "질책만으로는 은행의 DNA가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