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 추진여야 정치권·시장 참여자들도 우려 목소리 "코스피 5천피 달성 어려워"지난해 금투세 논란과 닮은 꼴 … 민주당 몽니에 시장 실망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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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민주당의 금투세 몽니가 생각난다. 코스피 2000대일 때 낮췄던 양도세 기준을 다시 높이면서 코스피 5천피를 향해 간다는 정책 설계는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냐. 이는 완벽한 자살골이다."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 움직임에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 등 당초 시장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는 정책 행보에 코스피 상승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지부진한 찬반논쟁으로 주식시장 발목을 잡았던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과정이 재현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시장 참여자들은 세제 개편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코스피 5천피 달성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법인세·대주주 '부자감세'를 원상복구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사실상 확정,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법인세는 더불어민주당 방안대로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1%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지난 2022년 세법개정에 따른 인하분을 3년만에 되돌리는 것이다.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은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강화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는 윤석열 정부 당시의 완화분을 그대로 복구하는 조치다.

    또한 상장사 주식 투자자의 배당소득은 근로·이자소득과 분리해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000만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 징수하지만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데,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내 분리과세해 세 부담을 낮춘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은 35%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투세 도입 조건부로 0.15%로 인하됐던 증권거래세율은 0.18%로 다시 상향 복원 조정될 전망이다.

    ◆여야 우려 한목소리 "5천피 간다더니 증시 망가뜨리고 있다"

    개편안 내용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는 특히 주식시장의 실망감을 키운 대목이다.  

    대주주 양도세는 매년 12월31일 기준으로 특정 금액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이듬해 매도 시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실성을 반영해 이 문턱은 지난 정부에서 어렵사리 50억원으로 완화됐는데, 이 부분을 다시 되돌리려는 것이다. 대주주 요건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지면 투자자들의 대주주 분류 범위가 급격히 확대된다. 

    당시 양도세 기준이 완화됐던 건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였다. 연말만 되면 큰손 투자자들의 화두는 양도세 부과다. 

    때문에 통상 4분기 중반부터 양도세 회피성 물량이 출회되면서 시장 급락으로 이어졌다. 특히나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시장의 타격이 컸다. 종목 펀더멘털과 상관 없는 주가 하락에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주가 폭락 공포에 떨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당초보다 후퇴한 내용에 불만이 터져나온다. 금투업계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 정책으로 보고 기대감을 키워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배당소득 최고세율이 25.0%로 정해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상향된 세율로 시장의 실망감을 주고 있다. 세액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가 반영되면 사실상 최고세율이 38.5%까지 높아진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거꾸로가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친시장 정책 기대 속에 빠르게 3200대를 돌파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정책 방향은 '부자 감세'를 원상복구한다는 명목이다. 당정은 부자 감세 비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2025년 세제 개편안' 당정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법인세 세율 인상은 2022년 시기로 (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대주주 기준 역시 윤석열 정권 이전 시기로 정상화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정치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되는 주식 10억원 어치를 가지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라면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돈의 물꼬를 트겠다'는 정부의 정책으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며 소신 발언했다.

    이소영 의원은 "부자 감세로만 보는 것은 매우 좁은 시각"이라며 "오히려 ‘부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분배를 유도하는 정책’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대주주 과세기준 하향’은 연쇄적으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까지 불어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 지난해 9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금투세 도입을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 지난해 9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금투세 도입을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금투세 논란 다시 재현될까 … 증시 '급제동'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금투세 논란을 떠올린다는 평가다. 금투세는 연간 주식 5000만 원·그외 250만원이 넘는 양도소득이 발생할 경우 최대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지난해 폐지됐다.

    결론적으로 폐지되긴 했지만 당시 다수당인 민주당 내 의원들 간 입장차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코스피는 민주당 내 분위기나 발언이 흘러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했었다. 시장의 출렁임 속에 금투세 폐지를 요구해온 개인투자자들은 분노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를 나오기도 했다.

    최근 주식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미국과의 관세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세제 개편 방침이 알려진 이후 3200대 안팎의 등락을 지속하면서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제 개편 시 가장 수혜주로 예상됐던 고배당주인 금융주들은 정부의 후퇴 움직임에 폭락했다. 지난 28일 KB금융은 6.99%, 신한지주는 5.62%, 하나금융지주는 8.86% 급락 마감했다.

    다시금 논란이 재현되는 양상에 주식시장 상승을 고대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말로는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간다고 내세우면서 정책은 극과 극으로 가고 있다"며 "대주주 양도세 문제로 가을부터 연말까지 회피 물량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그들이 그렇게 세금을 회피하면 정부가 원하는 세수 확보 효과도 미미하다. 대주주 10억원은 완벽한 자살골"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차라리 증권거래세를 좀 더 높이는 방식이 증시 상승과 세수 확보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증시 상승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형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코스피가 3200대까지 빠르게 돌파한 건 세제 혜택 등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 영향이 컸다"면서 "기대와 거꾸로 가는 정책 설계에 시장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관망하며 지켜보고 있지만 큰손 고객은 물론 일반 고객들의 불안 섞인 문의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기존 25%에서 35%로 상향), 법인세 1%포인트 인상, 증권거래세율 인상, 대주주 양도세 요건 강화 등 과세 논란도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일단 정부 측에서는 상기 논란에 대해 구체적 내용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으나 발표 예정인 2025년 세제 개편안'을 전후로 단기 변동 장세가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