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소비심리 개선 이어져 수출, 반도체·자동차 중심으로 상승세 지속 소비쿠폰 소비 종료 후 회복세 지속 미지수 미 관세·집값 급등에 기준금리 인하도 제동 "통상 불확실성 해소·생산성 향상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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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연합뉴스
올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3분기 집행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민간 소비를 견인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와 건설투자 감소폭 축소가 성장률 회복을 이끌었다. 다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한계가 명확하고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향후 경기 회복의 리스크로 꼽힌다.28일 한국은행은 3분기 GDP가 전기 대비 1.2%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침체 국면이 길었던 경기 흐름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올해 1% 성장률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0.1~0.3%면 연간 1%(0.95~1.04%)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기획재정부도 '전형적인 경기회복 국면'이라고 진단하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대로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전날 "연간 성장률 전망은 미·중 및 한·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있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기존 전망보다는 1%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3분기 GDP는 새 정부의 진짜 온전한 경제 성적표"라며 "내수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3분기 성장을 끌어올린 것은 민간 소비로 전기 대비 1.3% 늘며 3년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증시 활성화가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중심으로 2.4%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0.1% 감소하며 6분기 연속 뒷걸음질 했지만 감소 폭은 크게 축소됐다.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1.5% 증가하며 2분기(4.5%) 상승세를 이어갔다.3분기 GDP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자 증권가에서도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2%, 1.9% 상향조정했다.다만 낙관적인 전망에도 우리 경제 체질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이번 회복세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3분기 성장률은 개선된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 1, 2분기 탄핵 사태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반사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며 "수출이 여전히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관세 이슈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 영향이 크고, 10월 수출입 현황에서 보듯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4분기부터는 소비 지출과 수출이 모두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이런 가운데 경기 회복세에 금리 인하 기대감도 후퇴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고 있다. 금리 동결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금융 안정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 관점에서 예상된 연내 인하가 내년 1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다음달 소비쿠폰 소비가 종료된 이후에도 민간 소비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소비쿠폰과 같이 재정 투입으로 소비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단기 부양에는 효과적이나 근본적인 성장 동력 확충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경기 체질을 바꾸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1이 중국과 홍콩이고, 미국에 20%를 수출하고 있어 한·미, 미·중 관세협상이 빠른 시일 내 잘 마무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부동산에서 10억원 매출이 발생하면 1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고용유발효과가 크지만, 각종 규제로 주택 공급이 막히면서 건설·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그 여파가 서민경제로까지 미쳤다"며 "정부는 과도한 규제보다 시장경제에 맡기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양준모 교수는 근본적인 성장 체질 개선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들은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기업은 새로운 제품과 기술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은 한계가 명확한만큼, 인프라 확충과 제도 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