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동차 생산은 줄고 산업 양극화 심화정부의 '경기 회복' 자평과 다른 경기 현실전문가들, 반도체 의존 심화된 韓 경제 직격"제한적 상승에 불과 … 산업 체질 개선 시급"
  • ▲ 부산 코리아세일페스타 ⓒ연합뉴스
    ▲ 부산 코리아세일페스타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기 진단에서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지표는 소비와 자동차 생산이 줄고 반도체만이 성장세를 보이는 등 산업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의 체력이 회복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며 정부의 낙관적 진단에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점을 들어 "경기 반등은 제한적 상승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와 기계장비에서 생산이 줄어들면서 불균형이 크게 나타났다"며 "전체적으로 우리 산업이 경기 반등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9월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 기준)는 115.5로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광공업 생산에서 반도체는 19.6% 증가한 반면 자동차는 18.3%, 기계장비는 6.9% 각각 감소해 전체적으로는 1.2% 줄었다. 산업 내 양극화가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다른 일부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서비스업 생산은 1.8%, 건설업 생산은 11.4% 증가했지만, 건설의 경우 반도체 공장 및 인프라 관련 수요에 따른 특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행정 생산은 오히려 1.2%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3분기 산업생산은 1.1% 증가해 8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지만, 이는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와 건설기성 증가에 의존한 결과로, 산업 전반의 회복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지표도 불균형이 심했다. 반도체 기기용 장비기계가 28.0% 늘면서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2.7% 증가했는데 반도체를 빼면 되레 투자 실적은 쪼그라든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산업 생산이나 투자 모두 좋지 못한 성적인 셈이다. 반도체 착시로 빚어진 불균형 경기 흐름으로 경기 반등을 논하기 위해선 보다 폭넓은 산업 기반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산업생산이 반등한 데는 '추석 연휴'라는 특수한 상황도 한몫했다. 신세돈 교수는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에 공장 가동이 집중되면서 생산이 늘어난 것"이라며 "8월 대비 생산 증가를 '추석 효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작년 9월에도 추석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생산량은 오히려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지표만으로 경기 반등을 판단하긴 어렵다"고 봤다.

    소비 지표도 부진했다. 7월까지 호조세를 보였던 소비는 8월(-2.4%)에 이어 9월(-0.1%)에도 감소하며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는 3.9% 증가했지만, 의복(-5.7%)과 차량연료(-0.1%) 등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는 줄었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흐름은 오히려 위축됐다.

    신세돈 교수는 "정부가 7~9월 모두 돈을 뿌렸지만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경상 소비지출이 미미해 소비 증가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소비 침체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 것은 소비쿠폰 때문이 아니라, 평소 사야 했던 물건을 정부 지원금을 보태 구매한 것"이라며 "실질 수요에 기반한 소비였을 뿐 정책 효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도 "내수는 크게 늘지 않았고,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한미 통상협상 지연 등 복합적 요인이 소비쿠폰 효과를 상쇄시켰다"고 분석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생산·소비 등 주요 지표가 월별 등락하는 가운데서도 전반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반등을 이뤘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최근 관세협상 지연이 해소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이다. 김정식 교수는 "협상이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히 줄었다"며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주택과 교통 인프라 등 실물경제에 집중해야 내수가 살아나고 경기도 회복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