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부 패싱하고 개인정보 유출 셀프 조사결과 발표정부 "충격적인 일 벌어져 … 엄중히 보고 있다" 분노쿠팡 조사 결과 의문 투성 … 다른 장치 백업도 확인해야수사대상자끼리 만나 범죄 시인 … "말 맞추고 대가 오갔나"
  •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쿠팡이 고객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제3자 유출은 없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기습 발표하면서 정부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수사 대상이면서도 정보유출 피의자인 전직 직원을 직접 접촉했는데, 증거인멸 교사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날 쿠팡의 자체 조사결과 발표를 두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일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수사대상자인 기업이 또다른 수사대상자를 접촉해 노트북과 하드드라이브 등 주요 증거물을 확보해 포렌식한 것은 정말 황당하다"면서 "증거인멸 및 교사 가능성도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었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재하는 쿠팡 사태 긴급 회의를 불과 20여 분 앞둔 오후 3시 40분쯤 벌어진 일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렸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지난 21일 쿠팡 측에서 피의자의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 등 증거물을 임의 제출받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해 정보 접근 및 탈취에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모두 회수·확보했으며 외부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며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출자가 쿠팡 측에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진술했다"고도 했다.

    잠수부들이 벽돌이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쿠팡의 주장에는 의문점이 적지 않다. 쿠팡은 "단독 범행이고 제3자 전송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앞서 "협박 메일에 사용된 IP가 2개였다"고 밝힌 바 있어 단독 범행인지는 최종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또 유출자가 증거인멸을 위해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파손 시점을 명확히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이 유출자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다. 

    유출자가 노트북을 하천에 버리기 전 다른 장치에 백업 하거나 제3자에게 공유했을 가능성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중국인인 유출자가 수사기관도 아닌 쿠팡 측과 먼저 접촉해 범행을 순순히 인정한 배경도 의문이다. 일각에선 "수사대상자끼리 말을 맞추고 대가가 오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쿠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을 위한 범부처TF는 전날 류제명 과기부 제2차관이 팀장인 범부처TF를 배경환 부총리겸 과기부장관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했다. 대통령실은 참모들에게 쿠팡 관계자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쿠팡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에 대해 정부가 엄중하게 보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