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훌쩍 넘는 가격에 대학생들 만지작만제조사들 AI 기능 마케팅에 '과한 스펙' 반응도가성비 제품·중고시장 발길 … 제조사도 '울상'
  • ▲ 삼성스토어에 진열된 노트북ⓒ뉴데일리
    ▲ 삼성스토어에 진열된 노트북ⓒ뉴데일리
    새 학기를 앞둔 1월, 서울 삼성스토어 앞.

    "'AI 셀렉트' 기능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직원은 갤럭시 AI 기반 최신 기능을 소개했다. 대학생에게 필요한 기능이라며 소개했다.

    'AI 셀렉트'로 화면에 원을 그리기만 하면 이미지, 용어, 검색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는 시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대학 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Copilot을 이용해 리포트 교정 기능이 있다는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AI 기능 장점을 알려주는 직원 앞에 선 대학 신입생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혁신적인 기능이 아닌, 가격표에 적힌 숫자에 고정돼 있었다. 257만원. 곧 출시될 신제품은 3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설명에 쓴웃음이 나왔다.
  • ▲ 갤럭시 북5 프로ⓒ뉴데일리
    ▲ 갤럭시 북5 프로ⓒ뉴데일리
    "두 달 알바해서 안 쓰고 다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에요." 대학생 김 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거의 한 학기 등록금이랑 맞먹는데…기능은 좋지만 쉽게 살 순 없을 것 같아요"

    매장 직원은 "부품 단가가 올라 가격 인상이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학생들에게 어필하는 'AI 혁신'이 학생들에게는 불필요한 '과한 스펙'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법학과 대학생 황 모 씨는 "코딩이나 영상 편집을 하는 친구들은 필요할 수도 있겠죠"라며"그런데 저 같은 문과생이 AI 기능을 얼마나 쓰겠어요? 노트북으론 유튜브 보고 과제용 한글 파일 여는 게 전부인데, 이 기능이 제 학점에 무슨 도움이 되나"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AI 기능이 신기하긴 하지만 100만원을 더 낼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기능으로 기곗값이 올라간 것 같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23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PC 출하량의 급격한 증가는 차세대 칩과 플랫폼이 시장에 출시되는 2026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과 인텔 등 반도체 선두 기업들이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제품을 2026년 말부터 대규모로 출하해 2027년에 더욱 널리 보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비드 나란조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디렉터는 현재 상황에 대해 "많은 기업이 당장 AI 기능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보유 장비의 미래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지원 PC를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제조사와 기업이 디바이스 자체에서 AI 알고리즘을 구동하는 기술인 '엣지 지능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해당 성능에 대해 " 온디바이스 AI는 기기에 최적화시킨 기능이다" 며 "오픈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서 AI를 잘 쓸 수 있게끔 사용성을 쉽게 하는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구매자들의 의견이다. 보고서에서도 "아직 AI 중심 기능들이 전체 PC 시장의 판매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며 "구매자들은 최첨단 AI 기능보다는 여전히 OS 호환성, 기본 성능, 배터리 수명 등 본질적인 업그레이드 요소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구매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과 이용 가능한 성능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학생들은 신제품 매장을 등지고 있다. 신학기 노트북 구매는 스토어 신제품 코너가 아닌 중고 거래 앱이나 이월 상품 기획전으로 옮겨갔다.

    취재 중 만난 대학생 조 씨는 "동기끼리는 일단 쓰던 거 쓰는 방향으로 가거나 중고 거래를 이용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스마트폰만큼 자주 바꾸지도 않는데, 굳이 비싼 AI 노트북을 살 이유가 없다. 캠퍼스에 가면 3~4년 전 모델을 쓰는 학생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정작 소비자는 지갑을 닫아버린 상황. "기업들이 하는 AI 경쟁이 결국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 아닌가요?" 한 학생이 던진 뼈 있는 질문이다.

    AI 대중화를 외치며 시작한 2026년 신학기.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과 체감하기 힘든 AI 효용성 앞에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