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시행 앞두고 하청노조 '원청 직접교섭' 길 넓어져반도체는 협력사 상시투입·안전·공정 통제 강해 사용자성 쟁점노동위 첫 판단이 교섭 범위·쟁의 기준 가를 '초기 표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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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3조개정안) 시행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면서 ‘원청 사용자 책임’이 현장에서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다단계 협력사 구조와 공정 운영 방식의 특성상 원청 사용자 책임 논쟁의 초기 사례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사용자 범위와 쟁의 대상이 현장에서 어디까지 확장되는지는 초기 사례가 쌓이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교섭 ‘예고’가 현실로 … 반도체도 대상에 올라

    25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는 3월 10일을 전후로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에 나설 방침을 밝힌 상태다. 민주노총은 반도체·에너지 등 국가 기간산업 대기업을 교섭 대상으로 거론하며, 원청 교섭 요구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부 공표했다. 

    산별 노조별로는 플랜트노조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선다.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 고발을 병행하겠다는 구상, 하반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다른 업종에선 원청 상대 직접 교섭 요구가 이미 확인됐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현대차·기아, 한국GM, HD현대, 한화오션 등 13개 원청사를 대상으로 143개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참여 하청노조 조합원은 7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계는 아직 자동차·조선처럼 교섭 요구가 공개적으로 수치화되진 않았지만, 법 시행을 기점으로 원청교섭 확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조적 통제’ 해석이 관건 … 안전·공정 관리가 쟁점

    반도체 업종이 민감하게 거론되는 배경은 공정 운영 방식 자체에 있다. 생산라인은 공정 안정성과 안전을 동시에 맞춰야 해 출입·작업절차·위험작업 관리가 촘촘하게 설계되고, 설비 유지보수·물류·부대 공정 등에서는 협력사 인력이 상시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구조에선 원청이 안전·품질·납기 관리를 이유로 현장 운영에 관여하는 폭이 넓어지기 쉽다. 앞으로는 그 관여가 ‘현장 관리의 범위’인지, 하청 노동의 근로조건을 사실상 좌우하는 ‘구조적 통제’로 볼 수 있는지가 사용자성 판단의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가 우려하는 지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원청이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작업 절차를 표준화하는 것은 법 준수와 사고 예방을 위한 필수 조치라는 게 기업 쪽 논리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적용 과정에서 ‘통제’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동일한 조치가 사안에 따라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의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도 생긴다. 결국 안전 확보를 위한 관리와 근로조건을 좌우하는 통제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지가 초기 사례에서 다퉈질 가능성이 크고, 그 판단이 축적되기 전까지는 현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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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급 격차·직접고용 요구, 교섭 의제로 번질 가능성

    원청교섭이 본격화될 경우 의제는 임금 인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원청의 하청근로자 직접 고용, 원·하청 차별 철폐,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주요 교섭 의제로 제시해 왔다. 반도체 업계에선 호실적 국면에서 성과급 격차가 협력사 현장의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침을 감안할 때 1인당 평균 약1억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이 올해 초 지급됐다. 본사 보상 수준이 부각될수록 협력사 현장에선 보상 형평성 문제가 교섭 의제로 제기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 원청이 협력사 처우 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 협력사 단가 재조정이나 외주 구조 재설계로 이어질 수 있고, 불복과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법무·노무 대응 비용도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공정 연속성과 납기 안정성이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교섭 확대와 법적 분쟁 가능성 자체가 공급망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향후 사용자성 기준이 안전관리·공정 통제와 어떤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지, 그 첫 사례가 산업 전반의 표준이 될지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