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재입법·해석지침 개정 … 원·하청 판단 모호성 '여전히'직접교섭 요구 전운 고조 … 수백개 하청노조 일일이 상대할 수도대격변 시대서 기업 파업리스크 가중 … "중소기업과 하방압력 공유"
  • ▲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및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및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3월 10일을 앞두고 6개월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확정했지만, 사용자 범위·교섭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산업 현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사실상 흔들리는 상황에서 다수의 하청을 거느린 원청 기업이 잇따른 노사 갈등과 파업 위험에 노출될 경우,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 국면에서 우리 산업 경쟁력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의 교섭 절차 등을 담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고,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을 확정했다.

    해석지침에는 교섭단위 통합·분리 판단 기준으로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노조 간 이해관계 공통성 등이 제시됐다. 정부는 현장 노사 의견을 반영해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후 재입법예고하고, 해석지침에는 설명 문구를 추가하는 등 개정을 거쳐 이번 최종안을 도출했다.

    다만 정부가 원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 시 원청 노조와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우선 적용토록 했지만,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 만큼 사용자 범위·교섭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의 구체적 교섭 기준은 결국 사례가 쌓이면서 확립될 수밖에 없어 법 시행 초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하청 노조의 상급 노조가 다를 경우 등 대부분 사례에서 교섭단위 분리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석지침을 보면 경영상 결정에 따른 해외 투자·공장 증설·합병·분할·양도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 되지 않지만, 노란봉투법 입법의 계기가 됐던 쌍용자동차 구조조정과 같이 근로자의 지위 또는 근로 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이 파생될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등 해석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청 노조의 경우 교섭창구 분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원청과 따로 교섭할 권리를 법 시행 초부터 적극적으로 요구할 거란 전망도 경영계로선 부담을 더한다. 실제로 금속노조 소속 하청업체 중 원청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한 곳은 1월 25일 기준 143곳에 달하는데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전체 규모는 더 커질 예정이다.

    이 경우 대기업으로선 사실상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하청 노조를 일일이 상대해야 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대격변 시대에 우리 기업이 극심한 파업 리스크에 내몰릴 경우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중소기업도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긴 마찬가지다. 자사 노조원들이 원청과의 협상을 빌미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라인이 멈추게 되고, 원청의 매출 저하로 인해 하청 기업이 기존의 낙수효과를 거두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근로자가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친노동 정책이 무조건 나쁘다 할 순 없다"면서도 "기업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제도는 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어 우리 경제와 각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