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노동쟁의 범위 확대 … 교섭범위 다변화로 행정력 낭비노조 쟁의행위 '손배 책임' 제한 … 하청노조 파업리스크 확대 구체적 기준 여전히 모호 … 중노위·법원 사례 전까지 '대혼란'글로벌 기업 투자 축소 … 하청·중소기업 낙수효과 공백 우려
  • ▲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교섭할 권리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교섭할 권리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법 시행으로 노사 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적용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서 시행 초기 노사 간 갈등과 법적 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1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노동자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다.

    법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은 유지되지만,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서로 다른 교섭 구조를 취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노동계는 이번 법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의 협상력이 한 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에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의 경영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더라도 교섭 상대는 하청업체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계에선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완화해 실질적인 사용자에게 교섭 책임을 묻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경영계에선 교섭 부담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행정력이 크게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와의 교섭 요구에 직면하게 됐을 뿐 아니라,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는 하나의 사업장을 둘러싸고 여러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쟁의행위 범위 확대도 경영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개정안으로 노동쟁의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파업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기업으로선 파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최악의 경우 일년 내내 수백개에 달하는 하청 노조의 교섭과 파업에 시달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정부가 법 시행에 앞서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 적용될 구체적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용자 범위의 판단 기준이나 원청과 하청 간 교섭 책임 범위, 사용자성 등은 실제 사례와 중앙노동위원회,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노사 간 해석 차이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선 교섭 확대에 따른 행정력 낭비, 파업과 사법 리스크 등이 해외 투자자의 투자 축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경총 관계자는 "벌써부터 노조에서 불법적 실력 행사를 하는 경우가 포착된다"며 "노동계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자사 노조원들이 원청과의 협상을 빌미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라인이 멈추거나, 원청의 매출 저하로 인해 하청 기업이 기존의 낙수효과를 거두기 힘들어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제도는 기업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어 우리 경제와 각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