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상 보호 이론 '국소지지 대칭' 개념 정립초저전력 전자·양자소자 등 첨단분야 신물질 설계 적용 기대美프리스턴대 버네빅 교수팀과 공동 연구재료과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려
  • ▲ 아주대 물리학과 임준원 교수(왼쪽)와 프린스턴대 B. 안드레이 버네빅 교수.ⓒ아주대
    ▲ 아주대 물리학과 임준원 교수(왼쪽)와 프린스턴대 B. 안드레이 버네빅 교수.ⓒ아주대
    아주대학교는 물리학과 임준원 교수 연구팀이 위상물리학 분야에서 20여 년간 전제로 받아들여 온 '위상물질의 특성 유지를 위한 전체 대칭'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위상 보호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실제 물질에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9일 밝혔다.

    부분 대칭과 간섭 효과만으로도 위상물질의 특성이 충분히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첨단 양자소자 등의 설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주제인 위상물리학은 수학의 위상(位相) 개념이 물리학에 적용된 것으로, 물질의 형태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고유한 기하학적 성질을 활용해 물질의 상태와 물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일례로, 위상 개념에선 도넛과 컵을 하나의 형태로 본다. 모양, 부피, 크기 등과 관계없이 '구멍이 하나'라는 위상적 특성만을 생각해서다.

    위상물리학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위상수학적 접근법을 통해 더 근원적이고 세부적으로 기존 물질과 다른 특이한 물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최근 20여 년간 고체 물리학에서 가장 주목받아 온 분야다. 독특한 특성을 가진 여러 별난 물질을 발굴함으로써 아직은 미지의 영역인 양자컴퓨터 등 첨단 분야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다.

    위상물리학의 개념을 물질에 적용한 위상물질의 특성은 그동안 학계에서 '대칭이 물질 전체에 걸쳐 존재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서 이해됐다. 대칭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밴드 교차점이 사라지거나 위상적 특성이 무너진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 물질에선 불순물, 흡착 원자, 계면 효과 등으로 인해 이런 대칭이 쉽게 깨진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론 가능해 보여도 현실 물질에선 위상적 특성이 얼마나 안정한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 ▲ '대칭이 물질 전체에 걸쳐 존재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위상물리학의 기존 관점을 뒤집어, 전체 물질 차원에서 대칭이 깨져 있더라도 실제 전자 상태는 사실상 대칭이 보존된 부분만을 느끼게 됨으로써, 위상적 성질이 그대로 보호될 수 있음을 규명해낸 '국소지지 대칭' 개념의 이해도.ⓒ아주대
    ▲ '대칭이 물질 전체에 걸쳐 존재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위상물리학의 기존 관점을 뒤집어, 전체 물질 차원에서 대칭이 깨져 있더라도 실제 전자 상태는 사실상 대칭이 보존된 부분만을 느끼게 됨으로써, 위상적 성질이 그대로 보호될 수 있음을 규명해낸 '국소지지 대칭' 개념의 이해도.ⓒ아주대
    공동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질을 두 부분으로 나눠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물질의 한 부분에선 대칭이 유지되지만, 다른 부분에선 대칭이 깨진 상황을 가정한 뒤 전자 파동이 어떻게 퍼지는지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조건에선 전자의 블로흐 파동함수가 '파괴적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을 일으켜 대칭이 깨진 영역으로는 퍼지지 않고, 대칭이 남아 있는 영역에만 국소적으로 머물 수 있음을 밝혔다. 이 경우 전체 물질 차원에서는 대칭이 깨져 있어도, 실제 전자 상태는 사실상 대칭이 보존된 부분만을 '느끼게' 되고, 그 결과 위상적 성질이나 밴드 교차점이 그대로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메커니즘을 '국소 지지 대칭(Local Support Symmetry)' 보호 원리라고 정의하고, 이를 일반적인 이론 틀로 정리했다. 이 틀을 이용하면 위상 절연체의 Z₂ 위상수와 같은 위상 지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또 디랙(Dirac) 점과 같은 밴드 교차가 왜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한 이론 제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모형 계산을 통해 국소 시간반전 대칭이나 회전 대칭에 의해 보호되는 위상 상태와 밴드 교차점을 구체적으로 구현했다. 더 나아가 최근 주목받는 2차원 탄소 소재인 바이페닐렌 네트워크에 플루오린을 주기적으로 흡착시킨 구조를 예로 들어, 전체 대칭이 깨졌음에도 특정 방향에서 디랙형 분산이 거의 유지되는 현상을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으로 확인했다. 이는 연구팀의 이론이 실제 물질 설계와 해석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위상적 성질은 반드시 전체 대칭이 있어야만 보호된다는 기존의 통념을 넘어, 부분적인 대칭과 간섭 효과만으로도 충분히 안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현실적인 물질 환경에서도 위상적 특성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소 대칭과 파동 간섭을 활용해 더 강인한 위상물질과 양자 소자를 설계하는 연구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월호에 게재됐다.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보그단 안드레이 버네빅(B. Andrei Bernevig) 교수, 건국대 물리학과 이훈경 교수, 홍익대 전자공학전공 김세중 교수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대학기초연구소사업(G-램프)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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