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존도 높은 유로존·영국과 함께 하향 직격탄OECD "韓,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생산 활동 부담" 물가 전망은 2.7%↑ … "성장·물가 동시 비상"
  • ▲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연합뉴스
    ▲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0.4%포인트(p)나 내린 반면 물가상승률은 0.9%p나 높였다.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 실종'과 '물가 폭주'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다는 뜻이다. 

    OECD는 매년 5~6월과 11~12월 세계경제·회원국·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정례 경제전망을 내놓은 뒤 3월과 9월에 중간 전망을 통해 전망치를 수정하는데, 중동 전쟁 사태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특히 G20 국가 중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2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포인트(p) 하향 조정한 1.7%로 제시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로 무려 0.9%p나 대폭 상향했다. 

    성장은 '털썩' 주저앉고 물가는 '쑥' 올라가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서막으로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OECD는 특히 한국을 지목해 "중동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아시아 국가들은 전쟁 장기화시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생산 활동에 부담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은 영국(-0.5%p), 유로존(-0.4%p)과 함께 G20 국가 중 이번 전쟁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든 가장 큰 피해국 그룹으로 분류됐다.

    세계 경제 역시 회복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OECD는 당초 올 초 데이터상으로는 세계 성장률을 0.3%p 상향 조정할 여지가 충분했으나, 중동 분쟁 심화가 이 훈풍을 완전히 상쇄해 버렸다고 분석했다. 

    국가별로 미국은 구매력·노동력 감소 등으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2.0%로 전년(2.1%)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도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에 같은 기간 성장률이 1.4%에서 0.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신규 확장 재정에 따른 수요 확대가 예상되지만, 에너지 수입비용 상승이 이를 상쇄하면서 올해 성장률(0.9%)은 전년(1.2%) 대비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G20 국가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최근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해 종전 전망보다 1.2%p 상향된 4.0%, 내년은 0.2%p 오른 2.7%로 전망했다.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치자 정부는 즉각 '전시 체제'에 준하는 대응에 나섰다. 재경부는 재정·세제·금융을 망라한 3단계 비상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1단계로 가용 재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와 공급망을 즉시 단속한다. 이어 2단계 조치로 4월 중 초과세수를 활용한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최대한 빨리 시행해 취약 부문에 대한 직접·차등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마지막 3단계로 5월 이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경제 안정 추가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OECD는 현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정책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가계와 기업'에 정교하게 타겟팅돼야 하며, 국민들에게도 에너지 절약 유인을 제공하는 등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향후 상황 전개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풀리지 않는 한 한국 경제의 '검은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