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유가 120~130달러 되면 위기 격상" 언급공공부문 차량 5부제·석유 최고가격제 '단기 대책'이란 사태 길어지며 에너지 수급 위기 장기화 우려차량 부제 장기화 시 효과 약화·차량 구매 등 부작용
  • ▲ 차량 5부제. ⓒ연합뉴스
    ▲ 차량 5부제. ⓒ연합뉴스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선을 위협함에 따라 정부가 35년 만에 '민간 차량 5부제 의무화'라는 고강도 카드를 검토 중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현행 공공부문에 적용 중인 차량 5부제와 석유 최고가격제 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강제적 부제 운행은 단기적 절감 효과는 뚜렷한 반면 장기적으론 규제 회피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과거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나온만큼 신중론도 제기된다. 현재 공공부문에 적용 중인 5부제가 민간까지 확대될 경우 1991년 걸프전 당시 10부제 시행 이후 35년 만의 강력한 에너지 통제 조치가 된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에너지 위기 단계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현재 2단계 '주의' 단계인 위기 경보를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3단계 '경계'로 격상할 수 있다"며 "이 단계에 진입하면 현재 자율 참여인 민간 차량 5부제를 의무로 전환해 소비를 강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구분되며, 현재는 2단계 '주의'가 발령된 상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서는 수요 관리 차원에서 차량 5부제가 의무 시행 중이다. 민간을 대상으로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재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5월까지 재가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위기 경보를 3단계인 '경계'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 부총리는 "유가가 지금은 100∼110달러 왔다 갔다 하는데 120∼130달러 간다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이어 "3단계가 되면 (원유) 시장 가격은 훨씬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쯤 되면 소비도 줄여야 한다"며 "현재는 민간에 5부제 자율 참여를 요청하고 있지만 의무로 전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민간 차량 운행을 제한을 사례가 있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의 운행을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이어 1990년 걸프전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1991년에는 약 두 달간 차량 10부제가 운영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이른바 '홀짝제'인 2부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수 연구에 따르면 차량 부제 효과는 시행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적이고 강제적으로 적용될 경우 감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반면, 자율·부분적으로 운영될 때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서울 등 개최 도시에서는 경기 전날과 당일에 차량 2부제가 강제 또는 자율 방식으로 시행되면서 서울의 교통량이 평균 1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3년 도입된 자율적 승용차 요일제는 교통량 감소 효과가 1.1%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차량 부제 운행 효과는 강제·전면 시행 때 효과가 크고 자율·부분 시행 때 효과가 줄어든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2022년 한일웓르컵 때 서울 등 개최 도시에서 경기 당일과 전날에 차량 2부제가 강제 또는 자율로 시행돼 서울에서 교통량이 평균 19.2% 줄었지만 2003년 도입된 자율적 승용차 요일제 시행 때는 교통량 감축 효과가 1.1%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승용차 요일제가 자율로 운영되면서 가입해 놓고도 실제 운휴일은 지키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차량 부제는 단기 대응책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MDPI의 학술지에 2016년 실린 '올림픽 이후 운행 제한이 베이징 대기질에 미친 영향' 논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 당시 2부제를 시행한 후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주 1회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연구결과 미세먼지 농도 감소 효과는 1년 이내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차량 운행 제한이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없고 일부는 차량을 추가로 구매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경제 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1차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각 부처는 중동발 물품 수급 차질이 국민 생활 필수품목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단계별 대응방안을 수립하되 누락 없이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