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성장률 1.7% '털썩' … 중동발 S공포 현실로유가 135불 땐 세계성장률 0.5%p↓… "韓경제에 더 악영향""유동성 공급이 인플레 자극, 자멸 초래" 전문가들 일제히 경고
  • ▲ 추경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이미지 ⓒ챗지피티
    ▲ 추경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이미지 ⓒ챗지피티

    중동전쟁이 촉발한 원유 수급을 비롯한 공급망 불안정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이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물가와 금리, 성장률이 모두 흔들리는 '복합 위기' 양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오히려 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이 에너지 쇼크에 대한 차단막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을 넘어, 민생 쿠폰 등 무차별적인 돈 뿌리기로 흐를 경우 물가를 더욱 자극시켜 경기를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정부가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25조원을 책정하면서, 하반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 추경을 할 것으로 예상, 국채 금리가 더 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p) 낮췄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9%로 유지하고, 미국의 성장 전망치는 '인공지능(AI) 효과'를 근거로 1.7%에서 2.0%로 0.3%p 상향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원유 수급에서도 중동산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중동전쟁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제유가가 지금처럼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연간 0.5%p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를 중동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인데,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에너지 쇼크 충격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상승이 불가피해지면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경로에 진입할 수 있단 우려마저 나온다. 

    OECD는 이미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7%로 0.9%p 올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는 유가 상승에 환율 문제까지 겹치며 수입 물가 전반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3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OECD가 이번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올해 중반 원유와 가스 가격이 안정을 찾는다는 것을 전제하며 중동전쟁 위기에 따른 파장을 매우 제한적으로 봤다는 점이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이어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 반군이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군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확전 조짐이 가시화되는 것과 상반된 분석이다. 
  • ▲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OECD는 만약 전쟁이 진정되지 않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 수준이 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p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대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성장률 낙폭은 더 크게 떨어질 수 있고, 석유산업 등 국내 기업 중 일부 분야는 되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전쟁 장기화 속에서 반등이 어려운 기업들은 지금부터 정리를 하거나,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류비와 물류비 경감, 소상공인과 농어민 및 피해 수출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 25조원 규모의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방어를 위한 재정 투입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추경은 규모가 큰 데다 민생회복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을 포함하면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내년 예산은 올해 728조원보다 5.0% 늘어난 764조4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재량지출(15%)뿐만 아니라 법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복지·인건비 등 의무지출까지 10% 감축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이번 추경이 반영되면 재정지출 규모는 사실상 800조원에 육박해 현금 유동성 확대가 심화될 전망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전쟁으로 우리나라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 정책은 기름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며 "민생쿠폰을 비롯한 현금 살포 정책은 물가와 환율 상승압력을 더 키우는 결과를 만든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이 여의치 않은 현시점에서 금융정책간 충돌 위험성이 있는 돈 풀기보단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와 공급망 충격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김 교수는 "최근 환율 인상으로 금리 인상 목소리가 있겠지만, 한은이 엄청난 가계부채 탓에 금리를 쉽게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통화량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원유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