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원 명목 1인당 10만~60만원 지급에 4.8조 편성건보료 기준으로 소득하위 70% 이하 국민에 선별적 지급공급망 등 근본 대책보다 선거앞 '표심잡기' 치중한단 비판전문가 "유동성 과잉, 인플레 부채질하고 원화 가치 끌어내려"
  •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급등과 실물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한다. 이번 추경은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해 마련된다. 

    특히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한 3대 패키지에 총 10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전국민 유류비 경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재원 보강에 5조원을 편성하고,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4조8000억원 등을 반영한다. 

    다만 재정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반복되는 추경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호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체 추경 규모의 18%를 웃도는 재원을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배정한 것을 두고 선심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2조6000억원)보다 1.8배 웃도는 금액을 지원금에 할당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31일 기획예산처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안'을 보고했다. 

    추경은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1000억원 ▲민생 안정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 등 9조7000억원 ▲국채상환 1조원 등 총 26조20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추경안이 반영된 총수입과 총지출은 각각 전년 대비 7.5% 늘어난 700조6000억원, 11.8% 증가한 75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본예산에서 사상 처음으로 총지출이 70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이번 추경으로 지출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총지출 증가율은 2022년 2차 추경 때 21.8%, 2021년 추경 때 18.1%로 이번 11.8%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무리한 확장적 재정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9%에서 3.8%로 0.1%포인트(p) 낮아진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50.6%로 1.0%p 하락한다. 이를 두고 임기근 기획처 차관은 "1조원 규모의 국채 상환이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며 "당초 3.9%의 경상 성장을 예측했으나, 지난해 말 다시 올해 전망을 해보니 4.9% 성장이 예측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사태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제시된 경제성장 전망을 토대로 국가채무 비율과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계산한 것"이라고 했다.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10.1조
    이번 추경은 '고유가 부담 완화'에 가장 많은 재원이 편성됐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최고가격제·대중교통 환급 등 전국민 부담 경감 5조1000억원 ▲서민층 대상 고유가 피해지원금 4조8000억원 ▲취약부문 에너지 복지에 2000억원 등으로 3대 패키지로 구성됐다. 

    석유 최고가격제 등에는 5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국민 유류비 절감을 위해 휘발유, 선박·차량용 경유, 등유를 대상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정해 지원하고, 나프타 수급 위기 대응과 유류비·외화 예산 부족 대응 등에 필요한 재원도 포함됐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예비비 5조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4조2000억원, 나프타 수급위기 대응을 위한 3개월분 5000억원, 나프타 수입비용 일부 지원 5000억원, 유류비 예산부족분 3000억원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중교통 환급 지원에 87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자율적 차량 5부제 시행과 함께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최대 30%p 확대해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교통비를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15회 이상 이용시 환급률은 저소득층은 53%에서 83%로, 3자녀는 50%에서 75%로, 청년·2자녀 어르신은 30%에서 45%로, 일반은 20%에서 30%로 확대된다.

    소득하위 70% 이하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4조8000억원 규모다. 소득하위 70% 이하 국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되 소득수준과 지역에 따라 최대 50만원을 추가한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3256만 명에게는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감소지역 중 우대지역은 20만원, 특별지역은 25만원을 지급한다. 또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가구 36만명에게는 수도권은 45만원, 비수도권은 50만원을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 285만명에게는 수도권은 55만원, 비수도권은 60만원을 지급한다.

    기초·차상위가구는 1차로 우선 지급하고 건강보험료 등을 통해 대상을 확정한 후 소득하위 70%에 2차 지급할 계획으로, 사용처는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와 동일하게 설정한다. 조 실장은 "지급 시기나 절차는 나중에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논의되겠지만 2차 추경 당시 전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준용해 지급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복지에도 2000억원이 편성됐다. 저소득 기후민감계층 중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유·LPG 20만가구에 5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동절기 대책에서 발표한 평균 14만7000원의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대비 올해 지원 금액은 총 20만원 상향된다. 이밖에도 면세유, 비료·사료 구매 지원 등 농어업 부담완화에 1000억원을, 선박유 경유를 최고가격제에 포함하고 기준가격을 초과한 인상분을 일부 지급하는데 106억원을 지원한다.  
  • ▲ 기획예산처 현판. ⓒ기획예산처
    ▲ 기획예산처 현판. ⓒ기획예산처
    ◇취약계층·청년 지원과 농축수산물·문화 할인에 2.8조 
    민생안정 부문에선 취약계층 일상 회복에 8000억원, 창년 창업·일자리 지원에 1조9000억원, 고물가 부담 경감에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가구 등에게 긴급복지를 확대하고 돌봄서비스를 추가 제공한다. 복지시설 냉·난방설비에 128억원을 지원한다. 위기 소상공인의 재도전을 위한 희망리턴패키지를 화대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추가 공급한다. 

    지역 주도로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는 버팀이음 프로젝트를 9개소에서 13개소로 확대하고 120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고용위기지역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지방비 매칭 없이 국비 100%로 추진된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지도 10개에서 15개소로 확대 적용한다.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 분야에선 스타트업 열풍 조성에 9000억원, 10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단계별 청년일자리 지원에 9000억원이 지원된다. 연 2회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경진대회에 참여한 혁신 창업자가 스케일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3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와 투자와 융자를 믹스해 2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도 제공할 계획이다. 

    대·중견 글로벌기업과의 협업기회를 600개에서 1343개로 2배 이상 확대하고 청년 창업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을 선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반성장 바우처도 20개사 신설했다. 

    4대 과기원을 축으로 과학중심 창업도시를 조성하고 로컬기업이 민간 자본을 유치할 경우 사업화 자금을 현행 300개에서 450개로 확대한다. 재창업 전용 자금 500억원 증액하고 재도전 패키지 물량도 185개사에서 298개사로 확대한다. 컨설팅, 자금, 인허가 등을 안내하는 원스톱 센터 17개소도 구축한다. 

    대기업과 연계해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K-뉴딜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 대상을 구직 경험이 없는 청년에게 확대해 10만5000명에서 13만5000명으로 늘린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비수도권 중견기업 근무자까지 확대해 지역 내 청년의 근속을 유도한다.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800억원을 편성하고 경기 침체시 가장 소비가 위축되는 문화·관광 업계를 위해 영화, 공연, 숙박, 휴가 할인에 58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숙박업체 지원 추가 물량 30만장은 모두 인구감소 지역에 배정하고 보조율도 50%에서 100%로 국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 ▲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2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27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산업 피해 최소화·공급망 안정 2.6조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우선 피해 기업·산업 지원에 1조1000억원을 편성한다. 수출바우처를 7000개에서 1만4000개로 확대하고 기업의 대규모 자금 경색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정책금융 7조1000억원과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3000억원을 추가로 공급한다. 

    화석연료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발전설비 지원 규모를 기존 9000억원에서 역대 최대 수준인 1조1000억원까지 확대한다. 햇빛소득마을을 150개소에서 700개소까지 늘리기 위해 직접대출과 이차보전을 병행해 4000억원 규모의 추가 금융을 지원한다.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청년 콘텐츠 창업에 투자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출자하고 문화예술 사업자 대상 저금리 대출도 500억원 규모로 제공한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도 320억원 확대한다.

    첨단산업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현장에 기반한 데이터센터 실증과 스마트공장 선도 등 산업 전반의 AI 대전환을 도모한다. 조선·철강·자동차·섬유·화학 등 주요 업종별 제종 명장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현장에 접목함으로써 제조공정 혁신을 본격화한다. 

    석유화학산업에 필수적인 나프타의 수급 위기 대응을 위해 수입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데 5000억원을 편성하고, 5차 석유비축계획상 2030년 목표인 1억260만배럴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비축물량을 130만 배럴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희토류 재자원화를 위한 시설·원유 확충으로 국내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요소의 수입선도 다변화한다. 

    아울러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9조5000억원 확충해 지방의 투자 여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과 관련해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와 반복적인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쟁이 이제 발발해 지속 기간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도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다렸다는듯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재정을 풀겠다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며 "지난해 민생지원금 역시 반짝효과에 그치고 남은 것은 국가 채무 뿐이었는데, 지방선거 전 신속한 추경 집행을 서두르는 것은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재정 지출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환율과 물가에 더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확장 재정정책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추경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 사태 장기화시 유가 추가 상승을 고려할 때 추경의 반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강 교수는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오르며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전해주는 정책적 대응은 필요하다"면서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피해가 확대될 경우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그때마다 추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추경에 이어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계속될 경우 시중 유동서을 확대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으로 인한 시장 기능 왜곡과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를 줄이거나 대체재를 찾는 등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저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정부가 이를 과도하게 보전하면 시장의 신호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며 "재정지출은 '공짜'가 아니라 미래의 세금 부담이나 다른 지출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복적인 추경 편성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