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성효용 이파전 … 4년 전 학원 이사회, 2위였던 이 교수 총장 선임같은 상황 재현될 경우, 학내 구성원 민심 vs 이사회 선임권 충돌 불가피다른 대학들 사례 살펴보니 학내 갈등·행정 공백 등 혹독한 대가 치러총장 선출, 대학 자율성·경쟁력과 직결 … 거버넌스 진화의 시험대 주목
  • ▲ 돈암수정캠퍼스.ⓒ성신여대
    ▲ 돈암수정캠퍼스.ⓒ성신여대
    성신여자대학교 제13대 총장을 뽑는 선거가 오는 5월 12일 치러진다.

    총장후보자 선정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총장 연임에 도전하는 이성근 경영학과 교수와 성효용 경제학과 교수가 입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두 후보자는 지난 2022년 선거에서 한차례 맞붙은 바 있다. 4년 만에 리매치가 성사된 셈이다.

    두 후보자는 지난 선거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성 교수는 2022년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최종 1위로 이사회 추천 후보 2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선거에 총 5명의 교수가 출마한 가운데 1차 투표에서 이 교수가 1위(37.0%), 성 교수가 2위(28.3%)를 각각 기록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치러진 결선투표에선 성 교수가 50.2%의 득표율로 49.8%를 얻은 이 교수를 0.4%포인트(p) 차이로 앞서며 최종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학교법인 성신학원 이사회는 소견 발표와 면접 후 2위였던 이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4년 만에 다시 맞붙은 두 후보자를 두고 학교 구성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이번 선거를 지켜보는 제1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더 관심을 끄는 잠재적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선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는 마지막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약 이번에도 두 후보자 간 득표율이 박빙일 경우 학교법인의 선택이 또 다른 관전 요소로 급부상할 수 있다.

    4년 전 근소한 차이긴 해도 학교 구성원 과반의 지지를 얻었던 성 교수가 떨어졌을 때,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직선제 결과에 반하는 이사회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일부 교수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관상 이사회가 추천된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이사회가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총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는 1999년부터 학내 분규를 겪은 뒤 2018년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이번 선거는 직선제로 치러지는 세 번째 총장 선거다.
  • ▲ 지난 2022년 4월 25일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다.ⓒ성신여대 '찬란으로' 총학생회
    ▲ 지난 2022년 4월 25일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다.ⓒ성신여대 '찬란으로' 총학생회
    여기서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다른 대학의 사례를 살펴보자.

    덕성여자대는 2019년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이 참여하는 직선제를 도입했다. 투표반영 비율은 교수 70.5%, 직원 13.5%, 학생 12.5%, 동문 3.5% 등으로 교수 비중이 크다.

    직선제 첫 총장은 강수경 법학과 교수였다. 이전까진 교수와 학생대표 몇 명이 참여하는 총추위(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투표로 후보자를 결정했고, 법인 이사회가 결정하는 구조였다. 당시 이사회는 추천된 2명의 후보자 중 2위였던 강 교수를 선임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엔 총추위 투표에서 50.3%대 49.7%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던 한 모 후보에 대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덕성여대는 이후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 최하위, 재정 문제, 내부 갈등으로 총장 공백 상태를 겪다가 2022년 김건희 전 총장이 직선제로 선출된 두 번째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 전 총장은 2021년 온라인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을 얻지 못해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유효득표 57.98%로 1순위 후보로 선출됐다. 특히 학생들에게서 3017표 대 343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같은 달 1순위 후보로 당선된 김 후보자를 제12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한국외국어대는 교수만 참여해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던 방식에서 2021년부터 학생과 직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변경했다. 투표결과를 토대로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법인 이사회가 낙점하는 구조다. 제12대 박정운 총장 때부터 적용했고, 아직 법인 이사회가 투표 결과를 뒤집은 사례는 없다. 올해 제13대 총장으로 취임한 강기훈 총장은 결선투표에서 가중 득표율 71.3%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설령 이사회가 딴마음(?)을 먹었더라도 투표결과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견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이사회도 학내 구성원 의견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1988년부터 교수 중심의 제한적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던 조선대는 전호종 총장이 제14대 총장으로 연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투표에서 80표 차이로 2위에 그친 전 총장을 이사회가 다시 임명하면서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교수평의회 등 조선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퇴를 요구했고, 이사회는 복수 후보 중 총장 선임은 이사회 고유권한이라며 버텼다. 당시 투표에서 1위를 했던 서재홍 후보자 측은 법원에 전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삭발과 단식 농성 등이 이어지며 ‘2등 총장’이라는 불명예 속에 전 총장이 연임 18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서 후보자가 1위를 차지했고, 이번엔 이사회가 임명 수순을 밟았다. 조선대 한 관계자는 “(제14대 총장 선거에서) 이사회가 민주주의 투표 결과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 이었다”며 “이런 과정이 올바른 길로 가는 역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1994년 교수들이 재단(영광학원)의 일방적인 총장 선임에 반대하며 자체 선거를 치러 조기섭 국어교육학과 교수를 총장으로 직접 선출했다. 이후 재단에서 선임한 신상준 총장과 교수협의회가 선출한 조 총장이 맞서며 설립자 일가와 대학 구성원 간 학내 갈등과 분규가 이어졌고, 교육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하며 학원 정상화 과정을 밟았다. 이후 17년간 임시이사 체제가 지속되다 2011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구대는 총장 선거 투표에 교수들과 직원만 참여한다. 대구대 관계자는 “투표 비율로 보면 학생 투표가 미치는 영향이 낮은 게 현실이고, 부작용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총추위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는 학생이 함께 참여한다. 총추위에서 투표로 1, 2순위 후보자를 올리면 재단 이사회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대구대는 앞서 예시로 들었던 덕성여대와 차이를 보인다. 덕성여대는 투표 결과로 최종 2인을 이사회에 보고할 때 무순위로 명단을 올린다. 대구대는 적잖은 토의과정을 거쳐 순위를 명시해 후보자를 추천하는 거로 결론을 냈다. 대구대 한 관계자는 “논의과정에서 재단이 투표 결과를 모를 리 없을 테니 고집부리지 말고 무순위로 보고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무순위 보고는 이사회가 아무나 선택할 수 있게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대의견이 나왔고 결국 순위를 명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위 사례들은 총장 선임을 둘러싼 학내 구성원과 재단법인 이사회의 견해차를 잘 보여준다. ‘누가 대학의 주인인가’라는 해묵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조선대 관련 법원의 기각 사례처럼 법인 이사회가 복수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선임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구성원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형식적 민주주의’는 학내 갈등과 행정 공백이라는 혹독한 대가로 이어졌음을 위 사례들은 증명한다. 총장 선출 과정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대학 운영의 자율성과 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다. 어쩌면 성신여대의 이번 리매치는 결과에 따라 단순한 선거를 넘어, 대학 거버넌스의 진화를 가늠해 볼 이정표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