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로지스-화물연대 단체합의 … CJ대한통운·한진 등 교섭 요구지노위, 화물연대에 '노조 지위' 부여 … 근로자성·노조법 위반 논란사실상 '파업 면책권' 부여 … "강성 활동에 날개, 물류대란 가능성"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연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연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사업자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사실상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유통·물류업계를 중심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노사관계 틀을 벗어난 도미노식 교섭이 현실화될 뿐 아니라, 파업 시에도 면책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최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와 운송료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단체합의에 도달했다. 화물연대가 지난달 5일 BGF리테일의 물류센터를 봉쇄한지 25일 만이다. 

    이번 BGF로지스 합의는 단순한 개별 사업장 사례를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선례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주요 물류기업을 상대로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택배기사 등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원청 교섭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노동위원회 판단까지 더해지며 주도권이 화물연대 측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화물연대가 CJ대한통운과 한진을 상대로 자신들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낸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노위가 사실상 화물연대의 노조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특수고용직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 당일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들 집회를 두고 "노조의 투쟁"이라고 언급하며 노조 지위 획득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당일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BGF의 입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문제는 이들 노조 지위 획득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노조로 인정받기 위해선 정부에 설립 신고를 해야 하는데, 화물연대는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 노조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특히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화물차주들로서는 근로자성을 우선적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

    이전까지 정부도 화물연대가 설립 신고를 하지 않고 노조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통상의 노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부는 이번 화물연대 사태와 관련해서도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이라며 사실상 노조 지위 주장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업계에선 정부 가이드라인 부재 속에서 이뤄진 지노위의 급작스러운 판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지노위의 판단으로 화물연대가 교섭이 틀어질 경우 파업이나 집단행동에 나서도 면책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화물차를 사용하는 산업계 전반으로 물류 차질이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2022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당시에도 철강·시멘트 업종을 중심으로 출하 차질이 발생했고, 항만 반출입량 감소와 생산 차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수조원대의 경제 손실이 추산됐다.

    기준이 부재한 상태에서 개별 기업들이 화물연대의 거센 압박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단순히 '취약 계층'이라는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특수고용직의 교섭 범위와 파업 시 면책 한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 과정에서 충청과 호남 등 지방을 중심으로 일선 편의점의 상품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며 "이번 지노위 판단은 화물연대의 강성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다름없다. 이전보다 거센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노동부가 명확한 법적 해석 없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산업계는 법적 근거가 희박한 '도미노식 교섭'과 상시적인 '물류 대란'이라는 폭탄을 안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