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정 확대 거듭 정당화 … 학계, 정부 재정 인식 정면 비판 "비기축통화국 현실 외면 … 개발도상국 성장 방식 차용" 비판현금지원 중심 확장재정 회의론 확산 … "민간 규제 풀어야 성장"2060년 국가부채 150% 전망 … "이대로면 복지·교육·의료 감축 불가피"
  • ▲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SNS 게시글 ⓒ엑스 갈무리
    ▲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SNS 게시글 ⓒ엑스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재정기조 관련 발언을 앞세워 확장재정의 정당성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재정학계에서는 "현 추세가 이어지면 5년 안에 부채 임계점을 넘고 2060년엔 국가채무비율이 150%를 웃돌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비기축통화국 리스크, 정부 주도 성장의 한계, 미래세대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유리한 수치 하나로 재정 건전성을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금 논쟁은 긴축 여부가 아니라 위험 수위에 근접한 적자를 정상 범위로 되돌릴 것이냐의 문제라고 재정학자들은 지적한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5일 본지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논쟁은 긴축 여부가 아니라 과도한 적자를 정상 범위로 줄일 것이냐의 문제"라며 "GDP 대비 4% 수준 적자를 2% 수준 내외로 낮추자는 걸 긴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연평균 재정 적자는 104조원 규모다. 김 교수는 "수입보다 지출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구조가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논의를 마치 국민 고통을 강요하는 긴축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프레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다른 선진국과의 섣부른 비교는 위험하단 목소리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이 부채 대응에 한계를 느끼는 시점인 부채비율이 90~100% 정도인 반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임계점은 62.5%에 불과하다는 게 김우철 교수의 주장이다. IMF가 전망한 2031년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63.1%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부채가 5년 내로 임계점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기 반등을 이유로 대규모 재정 투입을 정당화하는 데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부채를 동원해 재정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경우는 IMF나 코로나19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거나, 자본이 부족한 초기 개발도상국 단계 정도"라며 "이미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한국이 과거 산업화 시절 방식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접근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과거 포항제철이나 경부고속도로처럼 국가 인프라 자체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효과가 컸지만, 경제 구조가 고도화된 현재 단계에선 접근법이 달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선진국은 기술 혁신과 기업 경쟁력 중심으로 성장하는 구조인데, 정부가 재정만 풀면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인공지능(AI)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민간 혁신 속도를 정부가 따라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GPU와 AI 인프라는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2~3년만 지나도 구형이 된다"며 "정부가 장기 계획으로 직접 산업을 끌고 가겠다는 방식보다는 세액공제나 장기 저리 지원처럼 민간의 모험 자본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정부의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민간 지원금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현 정부에서 민생 경기 마중물을 빌미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시장에 풀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외친 이래로 국가부채가 14%가 늘었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미래세대 부담에 대한 우려도 강하게 제기했다. 김 교수는 정부 장기재정전망을 거론하며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까지 150% 이상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탈리아조차 부채비율 130% 수준에서 유럽연합(EU)의 사실상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며 "한국처럼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에선 재정위기가 더 빠르고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문제는 부채 자체보다도 시장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라며 "국가신용등급이 흔들리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결국 정부는 복지·교육·의료 같은 필수 지출부터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미래세대의 고용과 인프라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줄리 코잭 IMF 대변인이 한국의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며 부채 위기 발생 위험도 낮다고 답변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면서 "무조건 긴축 주장하는 분들이 나라를 생각한다면 꼭 봐야 할 기사"라고 했다. 코잭 대변인은 "현재 다소 재정 확장 기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매우 적절한 조치"라는 IMF 측 설명을 소개하며, 확장 재정이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이 긴축론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자신의 SNS(옛 트위터)에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엔 올해 한국의 순부채 비율이 주요 20개국 평균(89.6%) 대비 크게 낮은 10.3%로 과거 전망보다 개선됐고, 국채 조달 재원이 성장을 위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부채 비율이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재정의 적극적이고 전략적 운용이 민생경제에 실질적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 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 안 된다"며 '적극 재정' 기조 하에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 수립과 내년도 예산 편성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한편, 김 교수를 비롯한 국내 주요 재정학자들은 지난 12일 서강대에서 '대한민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최근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 자리에서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최근 반도체 호황에 세수가 엄청 늘 거라는 기대에 여유를 누리는 것 같다"며 "몇년 전엔 소득주도성장이더니, 이젠 재정주도성장을 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