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24년 고갈 늦춰졌다" 연금개혁 지연 시사복지부 업무보고선 기금 고갈 2071년→2078년"일시적 주가 상승 … 저출생 기조서 미래세대 부담""일본, 고갈시기 현재보다 100년 이상 늦추는 게 목표"
  •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개선으로 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다며 추가 연금개혁 필요성이 당장 크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수익 개선을 근거로 구조개혁을 미루기보다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한 근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정치권과 연금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크게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상당 기간 (연금 개혁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 개혁하고 정권이 유지된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라며 현 정부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은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과 코스피 상승, 해외 투자 수익 개선 등 증시 상승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기준 기금적립금은 152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8조원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기금 소진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금 수익률 호조 등으로 인해 연금 소진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7년가량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를 구조적 문제 해결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주가 상승과 같은 외부 시장 요인은 변동성이 커 언제든 반전될 수 있는 반면, 저출생에 따른 가입자 감소는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가 상승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다소 늦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투자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경기처럼 시장 사이클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률이 좋을 때는 고갈 시점이 늦춰지지만 반대로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며 "현재 국민연금의 핵심 문제는 저출생에 따른 가입자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인데 이 부분은 주가 상승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연금 재정 추계는 단순한 투자 수익뿐 아니라 출산율과 기대수명, 인구 구조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된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향후 수십 년간의 재정 전망을 분석한다.
  •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저출생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설명한다. 출산율 0.7명 수준이었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 규모는 이미 확정된 만큼 향후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납부할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금개혁 논의를 늦추기보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를 마친 뒤 향후 약 2년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현 정부가 정치적 부담 없이 연금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언급한 "고갈 시점 24년 연장" 역시 과도하게 해석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국이 분석한 기금 소진 시점은 기금수익률 5.5%를 바탕으로 기존 2071년보다 약 7년 연장됐을 뿐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24년 연장'은 기금수익률 6.5%를 전제로 한 수치지만, 시장 호황에 따른 일시적 수익 개선 효과까지 포함하면 이를 장기적 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연금 전문가는 "만약 현재와 같은 20% 수준의 투자 수익률이 수십 년간 지속된다면 개혁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연금개혁은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50년, 100년 뒤까지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를 겪고 있음에도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최소 10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인 기금 규모보다 세대 간 부담 균형과 장기 재정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현행 국민연금을 구연금과 신연금으로 분리하고,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운용수익 범위 내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적립식 요소를 강화해 미래 세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 전문가는 "최근 수익률 개선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저출생·고령화라는 구조적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고갈 시점이 몇 년 늦춰졌다는 이유로 개혁을 미루기보다 장기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의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