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 가계대출 9.3조 증가 … 2024년 8월 이후 최대은행 가계대출 6.9조↑ … 기타대출 5년 1개월 만에 최대신용대출 3.4조 급증, 증시 활황에 빚투 수요 확대금융당국 비상관리체계 가동 … 목표 미달 금융사 매주 점검
  • 막아놓은 줄 알았던 가계빚 수도꼭지가 다시 열렸다. 5월 가계대출은 한 달 새 9조 3000억원 늘어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증시 활황을 타고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간 '빚투'가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었다. 전 금융권 기타대출은 5조 3000억원 늘며 전월 2조원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신용대출만 3조 4000억원 증가했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수요가 대출시장으로 번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도 눈에 띄게 확대됐다.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 3000억원 늘어 2024년 8월(+9조 7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월 증가액이 3조 5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증가 속도가 세 배 가까이 빨라진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5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은행권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 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 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2024년 8월(+9조 2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40조 8000억원으로 3조 2000억원 늘었지만 기타대출 잔액은 240조 2000억원으로 3조 7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 증가폭은 2021년 4월 이후 5년 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한은은 빚투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타대출은 개인의 대규모 주식 투자와 가정의 달 계절적 자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가 외부 충격으로 조정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가계부채 증가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주담대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자금 수요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5월 금융권 주담대 증가폭은 4조원으로 전월(5조 5000억원)보다 줄었다. 반면 기타대출은 전월 2조원 감소에서 5조 3000억원 증가로 급반전했다. 부동산 대출을 조였지만 자산시장으로 향하는 대출 수요까지 막지는 못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했다. 금융위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관리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매주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특히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는 집을 사기 위한 대출보다 투자 목적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증시 조정이 나타날 경우 대출 부실과 반대매매 위험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자산시장으로 향하는 대출 흐름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