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낙인찍기·집단 공격 확산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본질 흐려져책임 추궁과 집단 린치는 다른 문제
  • ▲ ⓒ서성진 기자
    ▲ ⓒ서성진 기자
    진짜 악마는 거대하게 부풀어진 민의(民意)다. 자신을 선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추레한 똥개가 하수구에 빠지면 일제히 모여서 뭇매를 때리는, 그런 선량한 시민들이다.

    일본의 한 법정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다. 법과 정의, 여론에 휩쓸려 개인이나 집단을 낙인찍고 단체 린치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나 책임의 경계가 아니다. 무차별적인 폭력과 비난을 대상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이어간다. ‘네가 먼저 잘못했다’는 명분은 면죄부처럼 소비된다.

    ‘탱크 데이’ 마케팅으로 시작된 스타벅스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 사건은 단순한 원인 규명을 넘어 신세계 전체 구성원들의 낙인찍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스타벅스 매장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왜 문제의 텀블러를 판매했느냐’고 겁박하고, 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도 다수다. 파트너들은 앞에 선 고객을 두려워하며 근무하고 있다.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자경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신세계 계열사명과 브랜드 로고를 정리해 불매운동을 언급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은 이 게시물을 퍼나른다. 교묘하게 현재의 논란에 가짜 뉴스를 섞기도 한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머그컵을 망치로 깨뜨리고, 땅바닥에 던진다. 폭력적인 그림이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된다’며 동조한다. 자신들은 선량한 시민이고, ‘신세계가 먼저 잘못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내부에서도 과열된 여론에 대한 압박감과 위축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임직원은 “신세계 다니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인데…”라며 탄식한다. 억울함을 밖에 토로할 수 없어 나오는 긴 한숨이다.

    정용진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불길이 잡히는가 싶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들도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당 안팎의 강경 지지층의 반발이 이어지자, 불과 반나절이 지난 같은 날 오후 “개별 의견일 뿐 당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여론 흐름에 따라 메시지가 흔들리는 것 자체가 이미 논란이 정치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증거다.

    정 회장의 사과를 두고 진정성이 있네 없네를 판단하는 것도 우습지만, 지지자들 분위기를 보고 이를 슬며시 뒤바꾸는 것도 저질 코메디에 가깝다.

    여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논란을 두고 “과도한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하며 민주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일부 강성 지지층은 신세계그룹 전체에 대한 비판과 소비 보이콧 움직임을 거론하기도 한다.

    결국 여야 모두 이번 사안을 지방선거 국면의 상징적 이슈로 끌어올리면서 논란은 점차 본질을 벗어난 촌극으로 막이 넘어갔다.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과 책임 문제를 넘어, 특정 기업 구성원 전체를 정치적 진영 대결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있는 것.

    물론 부적절한 마케팅은 비판받아야 한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번 논란에 대한 설명과 책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책임을 묻는 것과 낙인을 찍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정 사건을 이유로 기업 전체 구성원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조롱과 공격의 대상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는 순간 정의는 쉽게 광기로 변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고, 누군가는 정의를 외치며 돌을 던진다. 돌을 맞는 사람은 그들과 다름 하나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