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패널 8명 중 6명이 '보유세 강화론자'사실상 정부 정책 명분 쌓기용 절차란 지적초고가 주택 핀셋 증세·장기보유 공제 축소 한목소리반대 목소리는 실종된 '반쪽 토론'에 불과
  •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16일 마련한 부동산 세제 공개토론회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국민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토론에 참석한 상당수 패널이 정부가 이미 검토 중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와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정책에 명분을 쌓기 위한 절차였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세제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인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를 비롯해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문윤상 KDI 연구위원, 진창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조정은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이광수 유튜브 '광수네복덕방' 대표 등 8명이 패널로 참여했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그간 보유세 강화를 공개적으로 주창해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강 교수는 종부세 부담을 높여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온 학자다. 남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2017년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심 교수 역시 양도세·종부세 공제를 거주 기준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전부터 밝혀왔다. 사실상 결론이 정해진 진영의 인사들로 패널이 채워진 셈이다.

    "주택가액 기준으로", "초고가 주택 핀셋 증세"… 한목소리

    패널들의 발언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강 교수는 "같은 30억원이라도 1주택자 실효세율은 5.0%인데 다주택자는 29.3%로 늘어난다"며 "이런 구조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오종현 본부장은 "부동산세제 쟁점이 모두 초고가 1주택 문제로 집중된다"며 "실거주 요건으로 세 부담을 낮추고 비거주 기준으로 과세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대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초고가 주택에 대해 보유세 실효세율을 크게 인상해야 한다"며 "40억원 기준으로 새 과표구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기업 소장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선진국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충진 교수는 "초고가 주택은 양도가액이 아닌 양도차액 기준으로 설정돼야 한다"며 "차액 30억원 이상이면 초고가 주택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양도세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함영진 랩장 정도를 제외하면 8명 중 6명 이상이 사실상 보유세·거래세 강화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조정은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15년 보유 아파트 양도차익 40억원의 실효세율이 7%에 불과한 반면 같은 금액을 번 근로소득자의 소득세율은 30%"라며 "장기보유 공제 80% 유지는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날 나온 주장들이 정부가 이미 밝혀온 세제 개편 방향과 사실상 겹친다는 점이다. 정부는 앞서 종부세를 주택 수보다 가액 중심으로 개편하고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종부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주요 검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쏟아진 발언들은 이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애초 '국민 의견 경청'이라는 토론회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양한 반대 의견이나 대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정부가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정당성을 부여하는 절차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토론회라는 지적이 학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주택이 기본적으로 '사는 곳'인데 일부 '사는 것'처럼 물건으로 대한 측면도 있다"며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보유세 강화 방향에 힘을 실은 발언으로, 토론회 이전부터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미 정해져 있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로… 균형 잃은 채 세제개편 속도

    정부는 이날 토론회 결과를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공개 대토론회에 반영한 뒤, 이르면 이달 말 2027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형식적으로는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내세울 수 있게 됐지만 정작 패널 구성과 논의 내용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절차의 정당성 자체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라는 방향성 자체보다, 그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 얼마나 균형 잡혀 있었는지가 정책 수용성을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세제 개편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반대 논리를 포함한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