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노-노 갈등 심화…용역결과 딴판 전문가 포함 격일-심야회의 강행에도 평행선
  • ▲ 지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정상윤 기자

     

    "임기 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지난 5월12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선언했다. 그러자 정영일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곧바로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을 연내 정규직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당시 분위기는 훈훈했다.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과의 기념촬영을 위해 많은 직원들이 모여들었고, 웃음 띤 얼굴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흐른 지금,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정겨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사측과 노조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간 팽팽한 긴장감만 감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이 약속한 '연내 정규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약속 시한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노사전)는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간 이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8월21일 정규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노조와 사측,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노사전을 꾸렸다. 이후 노사전은 현재까지 수십번의 본회의와 실무회의를 가졌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해법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직접고용 대상자 범위를 놓고 사측과 노조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노조들끼리도 경쟁채용을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1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항행관리시스템과 소방대 등 8개 분야 854명만을 공개경쟁채용 방식으로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직접고용 범위를 더 넓혀 달라고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또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한 인천공항공사 직원 1000여명이 가입해 있는 한국노총 소속의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며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 직원 3200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경쟁채용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달 11일23일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공청회'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공동)가 내놓은 연구용역 중간 결과까지 커다란 차이를 보이면서 노사간, 노조간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당시 공청회장엔 '정규직-비정규직 손잡고 같이 가요,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 '무임승차 웬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이라는 상반된 내용의 손피켓이 등장할 정도다.

     

  • ▲ 지난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날 공청회장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정규직 전환대상 9838명 가운데 직접고용 인원으로 854명(9%)을 제시했다. 나머지 8984명(91%)은 별도의 독립법인을 통해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전체 8984명 중 직접고용 인원을 5353명(60%)으로 봤다. 나머지 3631명은 독립법인으로 보안방재공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안을 내놨다. 

     

    상황이 더욱 꼬여가자 노사전은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해 일주일에 1번 정도 가지던 회의를 격일제로 진행하고, 야간에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8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노사전은 결론 도출까지 시일을 못박고 있지 않아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기약도 없이 어느 한쪽의 양보만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조가 '자회사를 통한 고용도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을 뿐 별다른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 '연내 정규직화'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비정규직 노조는 최근 정부에 중재와 조정을 요청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인천공항공사에서 시간이 지연되면 이 사례를 지켜보는 전체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이 더욱 크게 늦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 2월 평창동계올림픽 등 인천공항을 필요로 하는 국가 중대사안들이 임박한 상황이다"며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안에 합의안이 도출되겠느냐'는 질문에 "아직 연내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는 아니다"면서 "노사전이 시한을 정해 놓고 결론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