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없는 조직 운영, 비결은 '소통의 質 차이'
  • ▲ 유상석 경제부 기자
    ▲ 유상석 경제부 기자
    "우리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3년 후인 2016년 말까지 총자산 260조원, 중소기업대출 125조원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100대 은행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1일 열린 창업 53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기념사의 일부 내용이다. 권 행장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연설 마무리 단계도 아니었다. 분량으로 따지면 이제 갓 중반을 넘겼을 뿐이었다. 박수로 화답하는 임직원의 표정은 희망과 확신에 차 있었다. 타 은행 행사에서는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모든 CEO들이 소통을 이야기한다. 금융권 CEO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각 금융사의 수장들은 임직원과의 토론회를 열고 현장 방문에도 나서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소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항상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금융사에서 노사간의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반면 권선주 행장이 이끌고 있는 기업은행은 큰 사건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권 행장이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할 정도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취임 이래 지금까지 권 행장이 별 문제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왔다는 방증일 것이다.

권선주 행장의 이런 '조용한 리더십'의 비결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고민 끝에 나온 답은 우선 권 행장이 내부 출신 인사라는 점이었다. 평 행원으로 입사해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입지를 높인 끝에 행장이라는 최고의 위치에까지 오른 그다. 그렇기에 후배들이 무슨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조직이 어떻게 커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매끄러운 경영을 해올 수 있었으리라.

  • ▲ 유상석 경제부 기자


  • 하지만 그것 만으로 모든 비결이 설명되진 않는다. 실제로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금융지주사 회장과 시중은행장 중에는 내부 출신 인사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놓은 '수정 답안'은 '소통의 질(質) 차이'라는 점이었다. 구성원을 만나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 까지는 많은 CEO들이 해온 노력이다. 하지만 권 행장은 여기서 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권 행장의 명함엔 그의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돼 있다. 집무실 번호와 이메일 주소 정도가 전부인 여타 CEO들의 명함과는 확연히 다르다. "누구든 내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덕에, 구성원들은 누구든 그에게 전화·문자메시지는 물론, 카카오톡 등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한 SNS서비스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이런 경로로 전해진 메시지들은 권 행장이 실제로 경영 활동에 반영하기도 한다니, '말로만 소통'이 아닌 '진짜 소통'의 귀감이 될 만 하다.

    귀를 활짝 열어놓은 그의 '조용한 리더십'은 구성원의 사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나아갈 비전까지 명확히 제시하니, 구성원의 표정에서 희망과 확신이 비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소통을 부르짖는 리더들이여! 권 행장의 '조용한 리더십'을 한 번 배워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