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상석 경제부 기자
    ▲ 유상석 경제부 기자
    2014년 6월 현재 금융권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갈등'과 '불통'이 아닐까. 은행장이나 지주사 회장이 노조로부터 고발당한 금융사가 있는가 하면, 경영진 끼리 갈등을 일으켜 스스로를 금융당국에 신고한 곳도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시끄러운 세상과는 반대로 조용한 금융사가 있다. 기업은행도 그 중 하나다.

    "기업은행에선 기삿거리가 잘 안 나와서 서운하시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이런 평온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답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 18일 아침,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권 행장이 미안해하며(?) 이 말을 꺼내긴 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가 별다른 말썽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금융권 이슈 대부분이 갈등 구도인 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우리 속담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와 닿는다.

    구로디지털단지엔 수많은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지역 중소기업 CEO들이 가장 좋아하는 은행은 바로 기업은행이다. 이들은 "대화가 통할 만 하면 지점장이 교체되는 타 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공단 지역 지점장을 잘 교체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밀집 지역에 지점장을 배치할 때 CEO들과 대화가 통하도록 교육시키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편이다. 대신 이 은행은 거리 곳곳에 ATM 기기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공중전화부스와 ATM 기기를 함께 묶음으로써 고객의 눈에 잘 띄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물론 이런 노력들은 권 행장 취임 전부터 진행돼오던 일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권 행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소통 경영'의 전통을 잘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권 행장이 지난 18일 아침 기자들을 만난 이유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 경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기자들과 함께 응원봉을 두드리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한국 팀이 골을 넣으면 기자들과 함께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회사 자랑하기 바쁜 타 기업 기자간담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관피아' 시비에 휘말릴 일 없는 내부 출신에, 갈등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 온 권선주 행장. 그가 이끌어 낼 '권선주 식 소통 경영'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