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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끄러운 세상과는 반대로 조용한 금융사가 있다. 기업은행도 그 중 하나다.
"기업은행에선 기삿거리가 잘 안 나와서 서운하시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이런 평온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답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 18일 아침,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권 행장이 미안해하며(?) 이 말을 꺼내긴 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가 별다른 말썽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금융권 이슈 대부분이 갈등 구도인 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우리 속담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와 닿는다.
구로디지털단지엔 수많은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지역 중소기업 CEO들이 가장 좋아하는 은행은 바로 기업은행이다. 이들은 "대화가 통할 만 하면 지점장이 교체되는 타 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공단 지역 지점장을 잘 교체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밀집 지역에 지점장을 배치할 때 CEO들과 대화가 통하도록 교육시키는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편이다. 대신 이 은행은 거리 곳곳에 ATM 기기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공중전화부스와 ATM 기기를 함께 묶음으로써 고객의 눈에 잘 띄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물론 이런 노력들은 권 행장 취임 전부터 진행돼오던 일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권 행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소통 경영'의 전통을 잘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권 행장이 지난 18일 아침 기자들을 만난 이유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 경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기자들과 함께 응원봉을 두드리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한국 팀이 골을 넣으면 기자들과 함께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회사 자랑하기 바쁜 타 기업 기자간담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관피아' 시비에 휘말릴 일 없는 내부 출신에, 갈등 없이 조직을 잘 이끌어 온 권선주 행장. 그가 이끌어 낼 '권선주 식 소통 경영'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