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檢 발칵 뒤집혔지만...사실상 카톡 내용 실시간 감청 불가능
현행 법, 모바일 대화 내용 제공 해석 명확치 않아
  •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뉴데일리DB
    ▲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뉴데일리DB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의 '감청 영장 집행 불응' 발언 이후 검찰과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검찰은 사이버 검열이 아닌 명예훼손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지 개인 모바일 메신저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했다. 감청 영장과 사이버 명예훼손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석우 대표의 발언이 '계산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술적으로 카카오톡 감청이 불가능한 데다 감청 영장은 간첩, 공안 사건 등 극히 제한 적인 경우에서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석우 대표가 이를 몰랐을리 없다는 게 업계의 공론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4일 오전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실시간 검열은 불가능하다"며 "검찰이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대화를 일상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역시 같은날 법무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실시간 사이버 감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며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15일 사이버 명예훼손 유관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사이버 검열은 없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은 감청대상이 아니며 사이버 검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은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은 카카오톡 같은 사적 대화 공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소·고발이 있거나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공개된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게시글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석우 대표의 발언을 두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김하중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카카오톡 대표라는 사람이 법을 마땅히 준수하겠다고 말한 뒤 사이버망명으로 자사 이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에 직면하니 갑자기 태도를 돌변,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한다"며 "카카오는 그 동안 감청 영장으로 실시간 대화가 아닌 지난 대화를 제공하는 불법을 저질렀으며, 앞으로도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대기업 대표가 공인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며 법치주의 정신에도 반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관이 적절하게 발부한 영장을 본인(이석우 대표)이 결재하겠다는 뜻이냐"고 지적했다. 

◆법 구멍 이용한 '계산된 발언'
다음카카오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에 대해 이미 오고 간 메신저 내용 일주일치씩을 모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조해 왔다.

감청은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지만 카카오톡에서는 실시간 감청이 어렵기 때문에 검찰의 편의를 위해 지난 대화 내용을 제공했왔던 것이다. 이 대표의 감청영장 불응은 앞으로 이러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감청 영장이 들어왔을 때 검찰 조사의 편의를 위해 일주일 단위로 대화 내용을 묶어 제공했던 것을 앞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이 있을 때에만 협조하겠다는 뜻이었다”면서 “법을 어기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용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암호화 하고 보관 기간을 단축시키기로 한 것이지 법에 협조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청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안사건이나 간첩사건, 중대 범죄 등 매우 엄격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면서 "현행 법이 미비한 부분이 있어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 법에 따르면 감청 영장 집행 시 통신사업자가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기록 등에 대한 것은 어떤 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동전화 사업자는 6개월, 인터넷 사업자는 3개월의 기록 보관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메신저 내용 등은 이러한 보관 기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카카오 측에서 대화 내용을 일주일에서 2~3일로 단축시킨다 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한 이상 카카오톡 대화 내용 기록은 감청 영장이 아닌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고 카카오톡이 서버에 있는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영장이 있음에도 제공하지 않을 시에는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석우 대표의 카카오톡 감청 영장 불응 발언은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정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무리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당장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석우 대표는 오늘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다. 이 대표는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카카오톡 검열과 감청 영장 집행 불응에 대한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