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대서 사진만, 쇼핑은 명동·홍대로
  • ▲ 이대 앞 상가의 모습.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로 화장품 가게 등으로 업종 변화가 이뤄졌다.ⓒ뉴데일리경제
    ▲ 이대 앞 상가의 모습.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로 화장품 가게 등으로 업종 변화가 이뤄졌다.ⓒ뉴데일리경제



    26일 오전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길게 늘어선 화장품 가게들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으로 북적였다. 상인들은 능통한 중국어로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612만6865명. 이 중 서울을 찾는 요우커들은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이대·홍대 등을 찾는다. 특히 이화여대의 이화(梨花)는 중국어로 '돈을 번다'는 뜻을 담고 있어 요우커 사이에서 명소로 꼽힌다. 


    이 같은 화려한 모습과 달리 이대 상권은 번화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상가 등이 밀집한 대로변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뒷골목으로 접어들면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상가가 다수 눈에 띄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대 상권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중국 관광객은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요우커들은 대학교 내에서 사진을 찍는 등 관광을 주 목적으로 이대를 찾는다"며 "쇼핑은 홍대·명동·면세점 등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쇼핑의 메카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대 상권은 신촌·홍대의 영향으로 침체 기로에 접어들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상권에 활기가 찾아오는 듯 했지만,  화장품 가게 등 일부 업종만 인기를 끌고 있다. 상가업계 전문가들은 이대 상권의 부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별한 생존 전략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과거처럼 활기를 띠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 학교 졸업생 박모씨(30)는 "입학할 당시 학교 근처에서 대부분 소비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최근 학교 주변은 화장품 등 단조로운 상권으로 이뤄져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을 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 역시 "일부 화장품 가게 등 들어선 상가의 경우만 임대료가 오른 추세다"며 "관광객 대상 사업이 가능한 상가만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대 상권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지역 상가 월 임대료는 2011년 4분기 1㎡당 4만6900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3만2600원)보다 1만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변 3층짜리 프랜차이츠 커피 전문점이 지난해 8월 영업을 종료했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이대 상권은 소점포 중심으로 이뤄져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최근 2∼3년 사이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이대 상권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상권 변화가 없다면 과거 명성을 찾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 ▲ 홍대 상권은 다양한 업종으로 이뤄져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뉴데일리경제
    ▲ 홍대 상권은 다양한 업종으로 이뤄져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뉴데일리경제



    반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주변 KT 상상마당까지 이어지는 상권은 호황이다. 서교동 카페거리·연남동·상수·합정에 걸쳐 활기가 가득하다. 다양성을 보유한 상권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 이곳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보행자들도 북적거렸다.

    현장 관광안내소 직원은 "안내소를 찾는 외국인 가운데 80∼90%가 중국인 관광객"이라며 "공연장, 화장품 판매점, 드라마에 나온 명소를 찾는 문의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20대 여성은 "과거 동대문 쇼핑몰을 찾았지만 지금은 가격과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홍대는 다양한 품목이 있고 유행에 맞는 쇼핑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홍대 상권 임대료도 상승 추세다. 지난해 4분기 홍대앞 부근 임대료는 1㎡당 3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동기 2만3400원에 비해 크게 올른 수치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홍대는 꾸준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임대료도 비례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대 상권에서는 '요우커'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음식점이 화장품 매장으로 바뀌는 등 약간의 변화는 있다"면서도 "업종·임대료 등이 소폭 변화되는 수준이지 중국 관광객 영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대 상권은 앞으로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계층이 접근할 수 있는 상권이 인기를 끌기 마련이라고 조언한다. 일부 소비층에 국한된 상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상권 변화를 꾀하기 위해선 해당 지역에 약속되지 않은 문화가 창출돼야 한다"며 "가로수길, 경리단길과 같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문화를 성숙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