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도박도시’ 오명 영종하늘도시...개발 프로젝트 줄줄이 무산
  • ▲ 영종하늘도시 소개 화면.ⓒ인천경제청 홈페이지
    ▲ 영종하늘도시 소개 화면.ⓒ인천경제청 홈페이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25일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도 올해 목표 대비 35.1%에 해당하는 3억2600만달러의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인천경제청은 이런 성과의 주요 요인으로 입주기업 사후관리담당제, 투자 유치 사후관리, 매립 부지의 사업성 확보를 위한 인천시 및 경제청의 노력,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 등을 꼽으면서,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조성사업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예측했다.

인천경제청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한국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성과를 낸 사실을 강조했다.

인천경제청이 “투자 유치가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며 성과를 부각하고 있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을 바라보는 국내외 여론과 투자자들의 눈길은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IFEZ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인천경제청이 올해 해외 투자유치 목표 1호로 꼽은 ‘엑스포시티’ 사업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도, 인천경제청은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

엑스포시티는,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일대 150만㎡ 땅에 대규모 상품 전시시설과 호텔,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으로, 미국의 국제마켓센터 창립자 숀 샘슨 회장이 처음 제안했다. 총 투자예상액은 5억 달러.

이 사업은 2년 넘게 진전된 사안이 없다. 인천경제청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도 받지 못한 채 사업 최초 제안자와 입씨름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경제청은 투자금 확보방안에 대해서도 숀 샘슨 회장에게서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내부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의 해외 투자 유치 실적 발표에 대해, “성과만 드러내고 치부는 가렸다”는 신랄한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그림자 도시’라는 오명 속에 지역 경제를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던 송도국제도시가 기사회생한 사실은 고무적이다.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등 대형 국제기구 유치를 시작으로, 수백 개의 국내외 대기업들이 본사와 연구소를 송도로 옮기면서, 송도국제도시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구도 10만명이 넘어서면서 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 난개발 위험, 부족한 교통 인프라, 광역 및 인접 교통체계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송도국제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송도국제도시가 활기를 되찾은 이면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외에도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구성원들의 각별한 노력이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눈길을 조금만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송도국제도시의 극적인 변화와 대조적으로 영종하늘도시-청라국제도시가 처한 상황은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영종하늘도시는 사업 지구 안에 모두 3곳의 복합카지노리조트가 들어서기로 하면서, ‘도박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도시보다는 도박도시가 낫다”는 자조(自嘲)적 반론은, 영종하늘도시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해외 투자를 유치해, 복합카지노리조트를 ‘집적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영종하늘도시 조성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군부대 고도문제가 해결되는 등 투자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역시,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관광레저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영종하늘도시의 미래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911만㎡에 이르는 영종지구 땅을 경제자유구역에서 자진 해제했다. 시가 스스로 경제자유구역의 사업 규모를 축소한 주요 이유는 투자유치 부진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영종하늘도시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국내 내수시장 부진, 북한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둘러싼 여건이 ‘부정적’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인천경제청이 투자자들에게 내민 영종하늘도시의 미래 청사진이, 그만큼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송도-청라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교통 인프라, 각종 개발 프로젝트 무산, 지지부진한 아파트 건설용지 매각 실태 등은 영종하늘도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주요 요인이다.

밀라노디자인시티, 영종브로드웨이, MGM 테마파크 계획은 영종하늘도시 사업 추진 중 등장했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대표적인 개발 사업들이다. 

인천경제청은 복합카지노리조트 사업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건설되면 영종하늘도시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영종하늘도시가 ‘사막도시에서 오아시스의 도시’로 탈바꿈하려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더 투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인천경제청의 해외 투자 유치 실적이 2010년 이래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IFEZ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은 9억3000만 달러다. ‘신고 기준’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실적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경제청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을 고려해, 해외 투자 유치 목표금액을 지난해 15억3천250만 달러보다 6억250만 달러 줄였지만, 이마저도 목표 달성이 불확실하다. 엑스포시티 사업 무산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천경제청의 올해 해외 투자유치 실적은 목표치의 반 토막에 불과할 것이란 비관적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투자 유치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천경제청의 발표는 ‘자기 부정’이나 다름이 없다. 

해외 투자 유치가 부실한 이유로 인천경제청의 노력 부족을 꼽는 이들도 있다.

원활한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 신뢰할 수 있는 사업 로드 맵과 더불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구성원들의 자세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인천경제청의 연도별 FDI는 2010년 5억100만 달러, 2011년 5억5,300만 달러를 기록하다가, 2012년 21억1,1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3년 9억4,300만 달러, 2014년 17억1,400만 달러, 지난해 12억600만 달러 등 연도별로 상당한 편차를 나타냈다.

지난해 FDI 신고액 가운데 10억 달러는 영종하늘도시에 조성 중인 복합카지노리조트 유치에 따른 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