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13개-해외명문대 4곳-국내외 기업 1700여곳 입주 4년 만에 인구 두 배, 26만명 자족도시 성큼
  • ▲ 송도국제도시 전경. ⓒ 인천경제청 제공
    ▲ 송도국제도시 전경. ⓒ 인천경제청 제공


2년 전만 해도 회사 건물 주위에 아무 것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회사 바로 앞까지 아파트가 들어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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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좋아요. 시설 좋고, 건물들 깔끔하고...그런데 서울을 자주 오가는 사람은 불편합니다. 솔직히 대전보다 송도가 서울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 30대 여성 A씨. 송도국제업무도시에 입주한 S사 직원

2003년 첫 삽을 뜬지 13년. 인구 26만명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건설된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개발 초기만 해도 송도국제도시 건설사업의 미래는 밝았다. 그러나 무려 10년 넘게 이어진 내수부진,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부동산 시장 침체,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송도는 인천은 물론 수도권 경제 전체를 어둡게 만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유령도시’라는 오명이 뒤따를 만큼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집값이 수직하락하면서 매매대금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기도 했다.

실제 이곳은 불과 2년 전만해도 ‘사람보다 건물이 더 많은 도시’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런 도시가 지금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불편한 대중교통체계와 부족한 의료기관, 난개발 우려, 해외 명문대 유치의 어려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지만, 지역 경제 전망에 대해선 적어도 “바닥은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송도국제도시 회생 비결①, 송도를 바꾼 ‘녹색기후기금’

죽었던 송도를 살린 신의 한수는 국제기구유치였다.

특히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성공은, 송도의 미래를 바꾼 반전의 계기가 됐다.

2020년까지 우리 돈으로 110조원의 기금조성을 목표로 하는 GCF는, 이후에도 기금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어서, 그 규모가 국제통화기금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올 만큼 비중이 큰 국제기구다.

GCF 유치 당시 한국개발원구원은 사무국 유치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년 3천8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내다봤다.

GCF 사무국 입주와 더불어, 환경·바이오 분야 국제기구 및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 등이 송도에 새로 둥지를 틀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직후 부동산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주요 언론이 사무국 유치 소식을 톱기사로 다루면서, 지역의 집값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GCF 사무국 유치이후 송도에는 주요 국제기구가 속속 들어섰다.

지금까지 입주를 마친 국제기구는 13개. 이 가운데 UN 산하 기구는 UN APCICT(아태정보통신기술정보센터)를 비롯해 모두 9곳에 이른다.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 사무국, AFOB(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 등 환경-생태분야 국제기구도 송도에 자리를 잡았다.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처, World Bank(세계은행 한국사무소)도 송도를 선택했다.

서울 마포에 있는 UN거버넌스센터(UNPOG)도 송도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국제도시 회생 비결②, 송도로, 송도로...국내외 기업들 속속 입주

국제기구 유치와 함께 송도를 살린 두 번째 비결은 기업 및 연구소 입주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는 1,700여 곳의 국내외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무엇보다 생명공학(BT),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술기업의 입주가 눈에 띤다.

입주가 마무리된 기업 가운데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만 50여개에 이른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입주는 더욱 극적이다. 지금까지 송도로 이사 간 국내 기업은 모두 870여개. 이들의 이전은 송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기업들의 이전과 함께 지역 경제는 봄을 맞았다. 무엇보다 소속 직원들 상당수가 송도로 거처를 옮기면서, 고사(枯死) 직전의 부동산 시장이 기사회생했다. 


송도국제도시 회생 비결③, 해외 명문대 유치, 학부모 마음 사로잡아

송도국제도시 활성화의 세 번째 비결은 ‘교육’이다.

이곳 글로벌캠퍼스에는 미국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벨기에 겐트대 등 해외 대학 4곳의 분교가 들어서있다.

자율형 사립고인 포스코고등학교와 채드윅국제학교도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연세대와 인하대, 인천대 등 국내 대학들도 입주를 마무리했거나 분교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뉴욕패션기술대학교(FIT)도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 교육기관은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와 함께 산학연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업 입주와 함께, 인구 유입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인구 급증, 4년 전의 두 배...외국인 위한 전용단지도 공사 중 

송도국제도시의 인구는 올해 1월 10만명을 넘어섰다. 4년 전인 2012년 1월 인구가 5만5천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거주자의 유입도 차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송도 거주 외국인의 수는 2,300여명. ‘국제도시’라는 이름을 생각한다면 민망한 수준이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외국인 거주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국내 최초의 외국인 전용 주택단지도 건설 중이다.

2018년 10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송도 아메리칸타운 아이파크(IPARK)’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조성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주택단지로, 모두 830가구를 선착순 분양하고 있다. 


지역 접근성 개선, 주민 만족도도 대체로 높아

교통망의 개선도 인구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를 경유하는 광역교통망은 제1·2·3경인고속도로, 공항고속철도, 인천지하철 1호선, 수인선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송도1교가 개통되면서,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진출입이 훨씬 수월해졌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수인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접근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송도국제도시 활성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인구증가, 국제기구, 국내외 대학 및 기업 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송도로 출퇴근하는 B씨(남성)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령도시같이 횡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국제학교가 생겨나고 하니까, 거주민도 늘어나고, 주변에 재력가가 많이 모여서 사는 것 같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고급차량 등록대수가 전국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서울 강남의 8학군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은데, 기업하는 사람들도 크게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