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USK 컨소시엄 사업협약 지지부진… 자금조달 관건사업주체 이해관계 복잡… 구심점 없이 눈치만
  • 국제테마파크 조감도.ⓒ수공
    ▲ 국제테마파크 조감도.ⓒ수공

    경기 화성시에 조성하려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가 달팽이걸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업이 표류하면서 2020년 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장밋빛 청사진을 뒷받침할 실탄이 부족한 데다 사업을 이끌어갈 구심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업에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은 서로 총대 메기를 꺼리며 '네가 먼저'를 외쳐대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금조달을 위해 KDB산업은행 비중은 낮추고 국민연금공단을 새 투자자로 모셔 공백을 메우는 쪽으로 활로를 찾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국판 유니버설 스튜디오 표류… 사업비 조달방안 모색 중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애초 사업 우선협상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USK) 컨소시엄과 지난 8월 말까지 사업협약을 맺을 계획이었지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수공은 연말까지는 구체적인 협상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성귀 수공 테마파크사업단장은 "사업협상이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2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협약조항 중 80% 정도는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은 협약 내용에 대해 수공과 USK 컨소시엄 간 견해차가 적잖아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자본금 출자비율 △피해보상 책임 범위 △투자자 의무·권리 등과 관련해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수공은 자본금 출자비율과 관련해 USK 컨소시엄 일부 참여자의 지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USK 컨소시엄에는 중국 국영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와 중국 국영 최대 여행사인 홍콩중국여행유한공사(CTS)를 비롯해 대우건설 등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업체 지분율은 중국 국영업체가 23%, 대우건설 5%, 도화엔지니어링 7%쯤으로 알려졌다. USK는 자본금 8500억원 중 20%인 1700억원을 투자한다.

    수공은 협상과정에서 CTS를 비롯해 중국 국영업체의 참여비율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진전은 없는 상태다. 컨소시엄 참여업체의 투자비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부문의 지분 참여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상에서 견해차가 가장 큰 부분은 피해보상과 책임 부분이다. 만약 사업이 중단될 경우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으로, 수공은 건설은 물론 철거까지도 USK 컨소시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다.

    사업비 조달을 위해 금융권의 대출 확약을 받는 것도 관건이다. 사업비는 1단계 3조원, 2단계 2조원 등 총 5조원 규모다. 1단계 사업비 중 자본금 85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1500억원은 금융권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다.

    USK 컨소시엄은 KEB하나은행으로부터는 투자의향서(LOI)를 발급받았지만, 산업은행으로부터는 구체적인 약속을 받지 못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수공에서 사업참여 의사를 물어오기는 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전혀 결정된 바 없고, 참여 의사를 표시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공과 USK 컨소시엄은 산은 참여 비중을 낮추고 새 투자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투자기관은 국민연금이다. 수공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에서 추가로 투자의향서를 받았다"며 "국민연금과 접촉하고 있다. 투자가 유치되면 산은도 대출 규모를 줄일 수 있어 긍정적으로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국민연금 투자 유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수공 관계자는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공은 경기 화성시에 개발하는 송산그린시티에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국제테마파크는 화성시 신외동 일대에 4.2㎢ 규모로 조성된다. 여의도 면적의 1.45배에 해당한다. 수공은 이곳에 한류 문화를 즐길 한류테마센터는 물론 워터파크,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를 세울 계획이다.

    수공은 지난해 12월 USK 컨소시엄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곳에 세계 5번째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개장한다는 밑그림을 발표했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라이드 더 무비'(Ride the Movies)를 구호로 첨단 기술과 영화, TV 쇼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테마파크 브랜드다.

    수공은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지난 6월부터 USK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추진해왔지만, 협상이 지연돼왔다.

  • 송산국제테마파크 위치도.ⓒ연합뉴스
    ▲ 송산국제테마파크 위치도.ⓒ연합뉴스

    ◇구심점 없어 사업협상 지지부진… 이해관계 얽히고설켜

    사업협약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사업 타당성과 여건이 불명확하고, 그러다 보니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주판알을 튕기며 눈치만 살피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수공은 우선협상대상자인 USK 컨소시엄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태도다. 수공이 중국 국영 업체의 참여지분율을 높이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USK 컨소시엄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수공이 앞으로 유커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밝힌 중국 CTS의 지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수공은 금융권 대출과 관련해서도 USK 컨소시엄의 역할을 강조한다. 수공 관계자는 "금융지원 문제는 양측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제안서를 낸 쪽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면 (수공은) 돕는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USK 컨소시엄은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 문제를 거론한다. 이 사업이 2009년 ㈜롯데자산개발 컨소시엄 주도로 추진되다 무산된 이후 정부가 2014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과감한 혜택을 통한 재추진을 결정한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산은은 한 발 빼는 분위기다. 산은이 조선·해운업을 필두로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추가 지원 여력이 충분한지가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산은 관계자는 "지원 여력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을 위해선 사업 타당성을 따져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결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수공이 사업추진의 신뢰확보를 위해 검토한다던 부동산 현물 출자도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출자를 위해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하고 이에 앞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국토부는 검토를 유보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추진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본사(UPR)와의 라이선스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기 전에는 검토가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USK 컨소시엄 대표 주관사인 USK프로퍼티홀딩스 황인준 회장은 "라이선스 계약은 사업협약을 마치고 (수공과의) 토지계약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맺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기존 사례를 보면 짧게는 1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길게는 수년이 걸릴 때도 있어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로열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직원 유니폼 색깔부터 시설물, 안전 문제까지 계약 내용이 방대하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대규모 민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처럼 단순히 자금을 조달해 분양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테마파크사업은 운영사업이어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며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업진척이) 더디다 보니 답답한 심정 이해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