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중고선 매입·용선 검토 착수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선상호텔로 활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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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크루즈(유람선) 관광의 효시 격인 금강산 관광 유람선을 띄웠던 현대아산이 파투 난 국적 크루즈 선사에 현대상선 대신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은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중고선 매입·용선 여부 등 실무 검토를 마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을 위해 2015년 12월 팬스타라이너스(52%)와 현대상선(48%)이 설립한 국내 합작법인 코리아크루즈라인㈜이 사실상 계약 해지 상태다.
법인 설립 이후 1년여간 크루즈 용선이나 자금 조달, 인적구성 등과 관련해 별다른 진척상황이 없어 설립 근거 상 계약해지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팬스타와 현대상선은 합작회사 설립 계약에서 지난해 말까지 이렇다 할 사업 진척이 없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건을 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팬스타는 배를 살만한 종잣돈이 없다.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직전에 기사회생한 처지다. 사실상 국적 크루즈 선사가 허공에 뜬 거나 진배없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현대상선을 대신해 코리아크루즈라인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전망이다.
해수부와 업계 소식통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대아산은 올해 들어 크루즈 관광에 정통한 전문인력 등을 확보하고 사업에 뛰어들 준비에 착수했다.
현대상선은 코리아크루즈라인 설립 이후 주금(주식에 대한 출자금)을 내지 않았다. 코리아크루즈라인의 자본금 규모는 5억원 수준이어서 현대아산이 새로운 파트너로 참여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현대아산은 국내 크루즈 관광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수천억 원이 드는 중고선을 사들일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초기 롯데관광개발㈜처럼 크루즈를 빌려 관광상품 위주로 영업하는 방식도 고려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배 나이 15년쯤 된 7만톤급 중고선을 사들이려면 최소 2000억원쯤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초기 운영비 500억원을 포함하면 초기 운영자금으로 총 2500억원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동급 크루즈를 1항차 전세 내는 데 드는 비용은 13억~15억원쯤이다.
해수부도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이 늦어지자 지난해 10월께 코리아크루즈라인에 용선 방식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 선사 출범 초기 용선으로 한 해 3~4회차 운영하면서 투자 비용과 위험을 줄이고, 이후 적당한 시기에 배를 사들이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지난 6일 인천항에서는 이탈리아 선사인 코스타크루즈 소속의 코스타세레나호가 출항 하루 전 공해 상에서 배를 돌려 운항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여행사인 투어컴크루즈는 크루즈 전세계약을 맺고 국내 여행객을 모집했으나 모객에 실패하는 바람에 잔금 10억원을 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아산이 용선을 검토한다면 관광객을 모집해 이익을 낼 수 있을지를 살피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연내 용선 시장에서 크루즈를 빌리는 데 아직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대아산의 크루즈 사업 참여에 대해 "과거 금강산 유람선을 띄워본 경험이 있는 현대아산에서 참여한다면 오히려 잘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현대그룹이 남북경제협력을 전담하고자 세운 회사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선 1호인 현대금강호를 띄웠다. 이듬해 5월에는 풍악호를 신규 취항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10여 년만인 2008년 여성관광객 피격 사망사고로 중단될 때까지 195만명의 관광객을 모았다.
한편 강원도는 6일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부족한 숙박시설을 해결하고자 국적 크루즈를 유치해 올림픽 기간 수상 호텔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자로 4만톤급 크루즈를 들여와 속초항 연안부두에 정박해 놓고 부족한 숙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이르지만, 국적 크루즈 선사에 관심이 있는 업체와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으로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