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재무구조 개선 등 과제…해외경험 부재 '약점'경리·감사·재무 등 지원부문 총괄경험 '경영·재무 전문가'
  • ▲ 하석주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 ⓒ롯데건설
    ▲ 하석주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 ⓒ롯데건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오픈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들떠있던 롯데건설에 '깜짝 대표인사'가 발표됐다. 신임 대표이사는 그룹 내 세대교체와 조직개편, 재무구조 개선을 기반으로 한 기업공개(IPO)를 위해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롯데면세점·롯데월드·롯데건설 등 관광·건설 및 기타 사업부문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에는 하석주 주택사업본부장 겸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1958년생인 하석주 부사장은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를 전공한 사내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후 1991년 롯데그룹본부 감사실 등을 거쳐 2001년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부터는 롯데건설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왔으며 2013년부터는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장까지 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리·감사 업무뿐만 아니라 재무 및 지원 부문을 총괄한 경험이 있어 경영·재무 전문가로 지목되고 있다.

    하석주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크게 세 가지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그룹 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할 '젊은 피'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00명을 넘는 인원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는 등 주요 계열사 10곳의 대표이사를 50대 젊은 리더로 바꾸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새로운 변화를 꾀하겠다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준법경영을 강조하면서 비자금 사건 등으로 재판에 연루된 CEO들이 대거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롯데가 새로 만든 4개 사업 부문(BU) 체계에서 롯데건설은 관광·건설 및 기타 사업부문 계열사들과 함께 호텔 및 기타 BU에 속하게 된다. 호텔 및 기타 BU장에는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이 선임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롯데의 인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과 산업 생태계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조직 내 젊은인재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대표이사들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롯데건설의 경우 구조적으로는 호텔 및 기타 BU에 속하게 됐지만, 경영방향 설정 및 의사결정은 롯데건설이 주도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조직개편 이후에도 하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롯데월드타워를 준공한 만큼 그룹 숙원을 달성한 '역군'들의 인력 재배치와 불확실성이 가득한 국내 주택사업의 안정적인 운영, 동시에 새 먹거리 창출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그동안 미뤄왔던 조직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후 큰 폭의 조직개편이 없었던 만큼 올해 대표이사 교체를 계기로 대규모 조직개편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건설은 2014년 팀 단위 부서 통폐합과 인력재배치를 단행했고, 이듬해에는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강남지사를 신설하는 것에 그쳤다.

    당장 롯데월드타워 건축현장에 파견됐던 석희철 부사장 외 임원들의 인력 재배치가 과제로 꼽힌다. 롯데월드타워 준공으로 이들의 담당업무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새로운 보직 인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올해 16개 현장에서 약 1만5000가구의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정식 오픈은 롯데물산의 주도적으로 준비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롯데월드타워 공사에 집중돼 있던 공사 역량을 재정비한 뒤 하반기에나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롯데월드타워를 대체할만한 초대형 사업장이 없는 상황이다. 3분기 말 기준 롯데건설의 수주잔고는 24조54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조6742억원에 비해 3.56% 늘었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신규 수주한 해외사업은 전년 3억9206만달러에서 2억7688만달러로 오히려 29.3% 줄어들었다.

    하 대표의 약점이 부각되는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신규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거나 해외수주 회복 의지가 있을 경우 대형건설사들은 대체로 해외영업에 강점을 가진 인사를 대표이사직에 앉혔다.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해외통'으로 불렸던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이 대표적인 예이며,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선임 당시 해외영업 경험이 적다는 점이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 사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반면 주택 전문가인 하 대표는 2015년도 '주택건설의 날' 행사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재무구조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과 나아가 답보 중인 IPO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측은 하 대표의 선임 배경에 대해 "경영지원본부장과 주택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하 대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경영관리와 함께 주택 분야 전문가로써 최근 주택사업의 성과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누구보다 롯데건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리스크 관리에 강한 만큼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IPO 추진의 선결과제인 호텔롯데의 IPO가 연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롯데건설의 IPO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8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까지 통과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상장을 미뤄왔다.

    하지만 그룹의 4개 BU 체계로의 재편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BU장은 관계 계열사들의 공통의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업무 추진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자리"라며 "이번 BU 체제 개편은 지주사 전환의 첫 단추와 같은 것이다. 송용덕 신임 호텔 및 기타 BU장의 최대 경영 과제 역시 IPO 전 호텔롯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상장 추진을 위한 준비 태세를 완벽히 갖추는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