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모녀 인지시점 두고 치열한 공방"기회 닿을 때마다 지원 '축소-중단' 수차례 시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에 대해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 씨의 영향력과 딸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꾸짖은 2015년 7월 25일 전까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로 진행된 이날 공판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최 씨 모녀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특검과 반박하는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관련 증거로 코어스포츠와 삼성 간의 승마지원 관련 계약서, 코어스포츠의 등기부등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이메일, 박상진 삼성 사장 겸 승마협회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서증조사에 앞서 특검은 "피고인들은 모두 삼성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로 조직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상급자를 위해 진실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간접증거에 대한 입증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전부터 최씨의 영향력을 알고 그의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에 나섰다는 논리를 펼쳤다. 특히 박상진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토대로 대통령 독대 이전, 박 사장이 예정에 없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문 일정을 계획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박 사장의 해외 출장은 아시아 승마협회 회장 선거 준비를 위해 그 전부터 계획돼있던 일정"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올림픽 승마지원이 좀 더 계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영국과 동남아 등에 있는 선거 관계자들을 만나러 나가는 김에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기로 했던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특검은 박원오가 작성한 승마지원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며 삼성이 지원을 위해 먼저 요청한 게 아니냐고 공세를 이어갔다. 모두 3차례에 걸쳐 로드맵이 수정되는데 이는 박상진이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박원오가 먼저 플랜을 짜서 준다고 했다면 이런식의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박원오 측에서 먼저 해당 플랜을 제시하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박원오가 수 차례에 걸쳐 다른 로드맵을 보낸 것은 삼성의 수정 요청 때문이 아니라며 삼성이 수정을 요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삼성의 승마지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한 타의로 이뤄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기본적으로 승마지원 자체를 원해서 한 게 아니다. 기회가 있으면 축소하거나 끊으려고 수 차례 시도했었다"며 "결국 지원 자체를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삼성 측에서도 매번 기회가 닿을 때마다 중단하려 했던 게 사실"이라 호소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지난 7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기한 황성수의 차명폰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해명을 이어갔다. 변호인단은 삼성전자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이 제3자가 사용했을 수 있다는 특검의 추측에 대해 "황성수에게 확인한 결과 두 핸드폰 모두 자신의 것이고 다른 어떤 사람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두 전화 사이의 통화 내역이 있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련 자료를 제출해주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열리는 9차 공판에서는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가 마지막으로 열리고 내달 초부터는 증인신문이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2일 열리는 10차 공판에는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과 최준상 전 삼성전자 승마단 선수가 참석해 특검과 변호인단의 신문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