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부메랑은 '문화착취'인가

[크리에이티브 산책] 소박한 사냥무기를 120만원대 '럭셔리'로 만든 샤넬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5.19 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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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계 SNS를 달군 샤넬의 부메랑ⓒ샤넬 홈페이지


브랜드 입장에서 볼 때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는 양날의 검이다. SNS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전에 막대한 매체비 없이는 엄두내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SNS의 인터액티브한 성격 덕분에 대중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론에는 반드시 쏠림 현상이 있다. 대중은 공식성명이나 공식입장에는 관심 없다. 대개 자신들의 성향이나 트렌드에 맞는 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의 정당성을 따지기도 전에 그 의견으로 기운다. 브랜드는 SNS를 통해 산불처럼 급격히 퍼지는 대중의 반응에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인 샤넬은 최근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레저용 ‘부메랑’을 만들었다가 일반대중들의 혹독한 비난에 부딪혔다. 부메랑은 본래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들이 사냥에 쓰던 도구이며 그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연에 순응하며 별다른 문명을 이루지 않은 채 살아가던 이 애보리진(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도착하면서 거의 멸절되다시피 한다. 인구의 90%는 서구인들이 옮긴 전염병에 내성이 없어 사망했으며, 남은 인구 중 상당수도 백인들에 의해 살해됐다. 오늘날 서구인들은 잉카나 아즈텍에 대해 느끼는 것처럼 이들에게도 큰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샤넬이 건드린 것은 바로 그것이다. 

샤넬은 아마도 부메랑을 제작해 1,300달러 넘게 판매하면서 아름다우면서도 원시의 생명력을 지닌 강한 여성을 이미지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천만 원대 샤넬 자켓을 입고 샤넬 백을 든 여성이 120만원이 넘는 부메랑을 던진다고 애보리진들의 생명력과 친자연적 성향까지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5월 15일 한 사용자가 트위터 상에서 샤넬의 부메랑을 ‘문화적 도용(cultural appropriation)’이라고 선언하면서 SNS는 이 엉뚱한 상품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패션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들의 지원도 소용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샤넬 부메랑 가격과 생존하고 있는 애보리진들의 평균 월수입까지 비교해가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샤넬의 ‘문화적 도용’이 여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맞아야 할 만큼 부도덕한 걸까? 문화적 도용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이뤄져 왔다. 중국의 도자기와 꽃 문양은 영국 식민지시대 조지 양식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일본의 판화는 프랑스 화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재 ‘앞서가는’ 많은 서구문화들은 타 문화를 수용하고 급기야 자기 것으로 다시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샤넬의 부메랑이 문화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 지는 아직 잘 모른다. 어쨌든 사람들은 부메랑이 아닌 샤넬의 디자인과 로고에 돈을 지불하는 게 분명하다. 굳이 착취라는 말을 써야 한다면, 샤넬이 착취하고 있는 것은 사냥무기를 회수하도록 만든 애보리진의 독창성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자기 몸에 샤넬 로고를 지니고 싶어하는 대중의 허영심이다. 어떤 멸종해가는 집단의 문화에 일종의 저작권을 부여해서 아무도 이를 모방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 문화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화는 멸종해가는 종이 아니다. 문화는 유전자(gene)가 아닌 밈(meme, 모방)을 통해 뿌리를 내리고 번식한다. 우리민족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한민족 외에 아무도 김치를 담가먹지 못하게 막는다면 한식의 세계화가 불가능하듯, 애보리진의 존재를 세상에 남기려면 먼저 그들의 문화가 모방되고 퍼져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윤창출은 필수적이다. 실제 전세계 수많은 회사들이 값싼 플라스틱으로 부메랑을 만들어 팔아왔는데 유독 샤넬만 비싸게 판다는 이유로 욕을 먹고 있다. 이윤창출의 규모가 대중의 잣대를 넘어서는 순간 대중은 이를 부당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샤넬이 이윤창출을 위해서 부메랑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덕분에 부메랑이라는 애보리진의 소박한 사냥무기가 부유층이나 패셔니스타들의 애장품 중 하나로 부상한 점만큼은 이해해야 한다. 약소민족의 문화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그들의 문화를 박물관에 박제시키려 한다면 결국 그 문화는 죽고 만다. 동물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들과 결합해 더욱 생명력 강한 종으로 거듭나듯 문화도 다른 문화와 융합되어야만 살아남을 때가 있다. 샤넬의 부메랑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사실 애보리진의 문화보존보다는 샤넬이란 기업의 ‘부당이득’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샤넬 로고가 오늘날 ‘부당이득’으로 여겨질 만큼 거대한 가치를 지니게 한 것은 바로 우리 일반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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