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관계자 증인신문, 특검 '혐의입증' 불발처분 규모 보다 '투자자 보호대책'에 더 큰 관심"청와대 지시 및 이재용 청탁사실 드러나지 않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2차 공판이 1일 서울중앙지법 502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이 주 4회 강행군에 돌입하면서 이 부회장의 공판은 자연스럽게 소법정으로 밀려났다.

    소법정은 대법정과 달리 방청권을 배부하지 않는다. 때문에 34개에 불과한 방청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날이 갈 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핵심인물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되면서 주춤했던 관심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공판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최 전 비서관은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영전했다. 

    그는 청와대의 삼성물산 합병 특혜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다. 특히 공정위가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주식 처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 모 공정위 사무관, 인 모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 전 비서관이 주식 처분을 놓고 안 전 수석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때문에 특검은 최 전 비서관을 상대로 공정위의 주식 처분 통보 과정에서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공판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혐의를 입증한 어떤 증언도 없이 싱겁게 종료된 것이다.

    최 전 비서관은 공정위 내부에서 처분 주식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했을 뿐 공정위에 어떤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위 내부에서 900만주와 500만주 처분을 놓고 논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안종범 전 수석에게 법 해석상 나뉘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했다"며 "안 전 수석은 법리해석상 두 가지 다 가능하다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500만주 처분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김 전 부위원장에게 해당 상황을 물어보니 전문가의 입장에서 500만주를 처분하는게 맞다고 먼저 이야기하길래, 소신대로 판단하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안 전 수석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거나 어떤 안을 특정해서 전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일을 처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처분 주식 규모 보다 발표 시점과 발표 주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 전 비서관은 "당시에는 처분 주식 규모보다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를 발표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였다"며 "공정위가 발표할 경우 시장 충격이 있을거라 예상했다. 때문에 투자자 보호대책이 충분히 마련된 후 해당 회사가 공시하는게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특별히 챙겼다는 주장에는 '어떠한 지시나 청탁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안 전 수석이 대통령 관심 사안이니 잘 챙겨보라고 자신에게 이야기 한 적도 없고, 자신도 관련부처에 해당 내용에 대한 파악을 지시한 사실도 없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한편 청와대가 삼성물산 합병 과정을 꾸준히 체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금감원이 삼성물산의 합병 소식을 접해 동향보고를 올렸고, 엘리엇 이슈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확인했다"며 "내용을 살펴보니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담당부서에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으로부터 해당 상황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진행한 문화재단 설립 과정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지만, 최 전 비서관이 직접 관여한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문은 소득없이 끝났다.

    변호인단은 "오늘 신문을 통해 공정위의 500만주 주식 처분 결정이 공정위의 독자판단으로 결정된 것일 뿐,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청와대의 지시나 이재용 부회장의 청탁사실도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 관계자가 부정한 청탁 등으로 삼성에 유리한쪽으로 공정위 결정에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오는 2일 열리는 23차 공판에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정 전 위원장은 상대로도 물산 합병과 관련된 공정위의 처분 주식 축소 의혹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