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례 서증-14차례 신문'…"결정적 증거는 없다"

[취재수첩] 이재용 재판, '확증편향' 오류 피해야

특검, '재벌개혁-반재벌정서' 등 편중된 시각 무게중심
"객관적 증거 바탕 '중립적 시각' 정실…무죄추정원칙 지켜져야"

연찬모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6.05 05: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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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에 진짜 증거가 없는 게 맞아? 이재용 무죄로 풀려나는 거야?"

이재용 재판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는 말을 전해들은 지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4월 7일 1차 재판을 시작으로 6월 2일 23차 재판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재판을 방청했지만, 아직까지 질문에 대한 답은 시원치 않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뿐이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등이 부정한 청탁의 내용과 대가라는 논리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원활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다방면에 걸쳐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8차례의 서증조사와 14차례의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이렇다 할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자신감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도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고 있다. 재판 초기, 국정농단 사태와 재벌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막대한 국민 여론의 힘이 특검에 실렸지만, 진행이 더뎌질수록 힘이 빠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특검의 공소사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핵심 증인들의 나올 수록 특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대다수의 증인들은 삼성과 청와대의 관계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각종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의 강요와 압력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몇몇 증인들은 앞뒤 정황도 모른 채 특검이 제시한 증거와 설명을 근거로 추측·진술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특검은 매 재판 최종 의견에서 "이 부회장과 청와대의 대가성 관계가 입증됐다"고 주장하지만 억지스러운 면이 많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자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데에는 재벌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여론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은 특검이 제기한 혐의가 모두 입증돼 유죄판결이 내려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와 여론이 맞물리면서 특검은 진실을 대변하는 존재로 거듭났고, 변호인단은 재벌을 대변하는 사악한 존재로 비춰지고 있다.

특검의 수사 능력을 지적하는 기자들 역시 삼성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변호인단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이유 만으로 셀 수 없는 악성 댓글이 달리는 현실이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객관성과 관계없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말한다.

이 부회장의 재판도 어느 한 쪽의 입장에서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양측의 의견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판을 하더라도 재판 과정을 유심히 살피고 양측의 주장을 견주어봐야 확증편향의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이 오는 8월 말에 만료되는 만큼 다음달까지는 결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남은 재판 기간 동안 편중된 시각보다는 객관적·중립적 시각을 견지한 태도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자신들이 듣고 싶은 답변을 요구하기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비교를 통해 시각을 넓히는 것이 객관성에 근거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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