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물 집중 추궁에도 승마지원 '대가성' 입증 사실상 실패…'맹탕' 논란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선수들' 지원 기존 계획, 최순실 때문에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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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시작해 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된 특검의 주신문, 하지만 특검은 아무런 소득없이 증인신문을 마쳐야했다'31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1차 공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특검은 주신문에만 9시간을 할애했지만 공소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언을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준비된 반대신문을 통해 특검의 주장을 반박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특검은 이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불러 삼성의 승마지원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삼성→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정유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입증하기 위해 최순실의 영향력과 삼성과 코어스포츠 컨설팅 계약 체결 배경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의미 있는 증언도 나왔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에게) 문체부에서 제 뒷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최 씨가 참 나쁜 사람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처럼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체부 인사를 좌천시켜 조금 놀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정유라의 임신과 관련해서는 "최 씨가 유라가 집을 나갔다고 울먹이며 연락이 와 수소문했더니 남자친구와 같이 신림동 인근 골방 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며 "임신해서 배가 부른 상태라 엄마와 잘 상의해보라고 설득했더니 '나는 엄마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박 전 전무는 정 씨의 실질적 후견인으로 정유라의 임신사실, 정유라와 최순실의 관계, 정유라의 독일 생활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삼성이 정유라에게 제공한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의 소유권을 놓고 최 씨가 질책한 상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삼성은 살시도를 지원하면서 말의 여권에 소유주를 '삼성전자'로 표기했다. 말 소유주가 삼성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최 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말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사주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박 전 전무는 이같은 상황을 보며 "갑과 을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소유권을 기업이 갖고 선수들에게 빌려주는 기존 관행과 달라 의아함을 느꼈다는 사견도 덧붙였다.그는 "정유라와 함께 다른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출전기회를 위해 마필과 승마훈련 등을 지원하려던 기존 계획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강조했다.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신문 직후 ▲정유라가 독일로 가겠다고 계획한 시점 ▲정유라 지원을 위해 컨설팅 계약를 활용한 경위 ▲올림픽 준비 계획안과 한국 승마선수단 문건 준비 이유 ▲중장기 로드맵과 올림픽 계획안을 최순실에게 보낸 배경 ▲삼성과 코어스포츠의 컨설팅 계약에 최순실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 등을 곧장 확인했다. 쟁점이 됐던 만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특히 최 씨가 삼성과 코어스포츠의 계약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컨설팅회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는 증언을 끌어내기도 했다. 최 씨 스스로가 컨설팅 계약의 문제를 알고 있어 삼성에게 조차 해당 사실을 숨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중장기 로드맵과 관련해서는 후원을 받기 위한 승마계 내부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승마인들은 유력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새로운 회장사가 들어올 경우에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후원을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특검이 주장하는 승마지원의 대가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최 씨가 전횡을 일삼고 자금을 빼돌렸을 뿐 자신과 삼성은 정유라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을 폭넓게 지원하고자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최 씨의 미움을 받게 됐고 결과적으로 예정보다 일찍 승마지원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오게 됐다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공판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2시가 지나서 마무리됐다. 이로써 국정농단 재판 최장 기록이 또 다시 갱신됐고 최근 3차례 열린 공판 모두 자정을 넘기는 진기록도 달성됐다. 앞서 진행된 19차 공판은 새벽 1시, 20차 공판은 새벽 1시 40분 마무리된 바 있다.다만 핵심 인물의 증인신문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아 '맹탕 공판'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특히 혐의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특검이 재전문진술 등 여러 간접사실을 내세우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가는 상황이다.오는 1일 열리는 22차 공판에는 임 모 관세청 통관지원국 사무관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2일 23차 공판에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