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특검, '언론보도' 대응 등 딴지걸기 빈축"'삼성→청와대→금융위' 뇌물고리 입증 사실상 실패"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9차 공판이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서울중앙지법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공판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1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부임한 정 부위원장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보좌해 금융정책, 금융시장 안정화, 금융산업 발전 등의 업무를 감독했다. 그는 부임 직후 금융정책국으로부터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검토 내용 등을 보고 받았고, 향후에는 지주사 전환에 반대한 금융위 결정에 동의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 13일, 이승재 삼성 미래전략실 상무의 요청을 받아 '김정주 사무관→김연준 과장→손병두 전 금융정책국장→김용범 사무처장→정은보 부위원장→임종룡 위원장' 순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했다.

    검토를 요청 받은 금융위 실무진들은 금융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 제고 보다는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계획'이라 판단해 삼성과 청와대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 부위원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금융위의 입장을 수 차례 보고한 바 있다.  

    특검은 정 부위원장을 상대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보고 받은 경위 ▲언론보도에 대한 금융위 대응 ▲금융위가 금융지주사 전환을 반대한 배경 ▲청와대에 해당 사안을 보고한 이유와 청와대의 반응 등을 집중 확인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 하루 전인 2월 14일 정 부위원장의 보고를 문제 삼았다. 독대에서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의 개입이 합의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부위원장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검토 요청이 온 이후부터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했을 뿐더러, 청와대에 대한 금융위의 정식 보고는 3월 20일 임종룡 위원장이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추진 관련 현황 및 전망'이라는 문건을 건낸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정 부위원장은 "삼성생명이 보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계열사들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어 사안이 민감하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사안은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봐도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 맞다. 정상적 프로세스에 따라 보고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특검의 주장과 달리 청와대는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시큰둥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금융위 내에서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정작 보고를 받은 청와대의 안 전 수석 등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안 전 수석이나 청와대가 금융지주사 전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지만 제가 느끼기는 너무 관심이 없어보여서 서운했던 게 생각난다"며 "굉장히 신경써서 몇 번에 걸쳐 보고했는데 특별한 멘트가 없었다. 우리는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검토했는데 안 전 수석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궁지에 몰린 특검은 비밀로 유지됐던 검토 요청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와 삼성·금융위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대응한 배경을 추궁했다. 언론보도 대응방향의 적절성을 조준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정 부위원장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삼성에서 공식 검토가 아닌 사전검토를 요청했고, 검토 사실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검토 받은 사실이 없다'고 대응했다"며 "전례를 비춰볼 때 특별할 게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특검은 금융위가 아닌 삼성이 언론보도에 대해 청와대에 직접 설명한 부분을 지적했다. 정부기관이 아닌 기업이 청와대에 직접 설명하는 모습이 이례적이라는 논리다.

    사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9일 진행된 26차 공판에서 나온 바 있다. 특검은 증인으로 출석한 손 전 국장을 상대로도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무의미한 증언만 나왔었다. 당시 손 전 국장은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비공식 검토 내용이 갑작스럽게 보도되면서 당황하던 상황에서 삼성이 효율성을 들어 직접 보고하겠다고 한 것"이라 설명했었다.

    정 부위원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 부위원장은 "당시에는 실무진에서 말이 됐다고 생각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특검에서 지적해 알아봤더니 삼성이 직접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라고 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위원장의 증인신문에서도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공판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변호인단은 "정 부위원장의 증언을 통해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금융지주사 전환이 지배구조 강화라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후 공판은 진술 및 비진술증거에 대한 서증조사로 진행됐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참고인들의 진술조서를 검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