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배경 추궁…"김기남 전 행정관, 어떤 압력도 없었다""잇따른 언론 보도 등 중대성 감안한 일반적 상황 파악 절차였을 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8차 공판이 1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오전 공판에는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 행정관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국민연금정책과장으로 2015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관련 현안을 파악해 경제수석실에 보고하는 임무를 담당했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에 연락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확인해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검은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가 복지부에 압력을 가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합병 반대 가능성이 높은 전문위원회가 열리지 않도록 투자위원회 결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검은 김 행정관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백진주 사무관과 2015년 6월 23일부터 2015년 7월 13일까지 주고 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에 주목했다. 

    김 행정관이 백 사무관에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상황과 의결권 행사지침을 수 차례 요청했고, 합병안건이 투자위에서 결정되도록 유도하는 뉘앙스의 대화가 오고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 행정관은 백 사무관에서 수 차례에 걸쳐 삼성물산 합병 관련 동향을 보고 받았다. 또 합병의 배경과 가치, 주주별 입장, 쟁점, 주총일정 등을 전달받은 바 있다.

    하지만 김 행정관은 "합병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보고가 없다는 선임비서관의 질책이 있어 일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항변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진행상황을 파악해 보고한 것일 뿐 상급자의 개입이나 압력이 있었다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특검은 합병관련 상황보고서를 전달받은 상황과 복지부에서 투자위 결정을 유도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특히 전문위 소속 위원별 대응전략과 국민연금이 자문기관과 반대되는 결정을 정리한 의결권 행사 처리방안 등이 전달된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 행정관은 "복지부에서 전문위원 중에서 반대성향 위원이 많아 투자위에서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제수석실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에서 결정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물어와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뿐"이라 반박했다.

    그러면서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한 건 맞지만, 찬성 결정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었다"며 "장기수익성과 장기주주가치 등을 고려할 때 판단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분석에 따라 투자위에서 판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의 개입 여부에 주목했다. 복지부의 청와대 보고는 통상적인 업무였고, 물산합병에 대한 복지부의 찬반여부를 들은 적이 없다는 증언에 집중했다.

    실제 김 행정관은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복지부가 물산합병에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입장을 들은적이 없다"며 "물산합병이 언론에서 수 차례 언급됐기 때문에 언론 이슈를 담당하는 제가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소관부처에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 말했다.

    청와대의 개입이나 지시 여부도 확인됐다. 김 행정관은 "물산합병을 살펴보라는 윗 선의 지시는 전혀 없었다"며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한 것도 다른 의도가 아닌 업무보고를 위한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후에는 최훈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전 행정관은 삼성물산의 합병이 발표되기 전인 2015년 5월, 합병과 관련된 금감원의 정보보고를 받아 최상목 전 경제금융비서관 등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또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삼성물산 합병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엘리엇과의 분쟁 이슈 등을 정리해 보고한 바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신문이 날카롭게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