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사와 직접 경쟁 아닌 국내 여행사 인수·합병 가능성에 무게완다그룹 인수 추진했던 노랑풍선 등 중견업체가 대상일 듯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이 최근 '씨트립코리아'와 '씨트립인터내셔널트래블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내 온라인 여행 여행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공룡 기업 씨트립이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 시장 직접 진출이 아닌 인수·합병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씨트립은 이달 초 일반여행업을 목적으로 하는 '씨트립코리아'(대표 오이치통)와 여행시장 연구·분석·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씨트립인터내셔널트래블코리아'(대표 쟝롱)의 신규법인을 설립했다. 

씨트립은 
연매출 4조원대에 달하는 대형 업체로 국내 1위 여행사업자인 하나투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인 5956억원의 약 7배 수준이다.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을 제외한 여행 사업부문 매출만을 놓고 보면 씨트립은 10배 이상의 규모를 갖췄다.

씨트립코리아와 씨트립인터내셔널트래블코리아는 종로 디타워에 사무실을 꾸리고 
사업개발과 영업채널개발을 담당할 한국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씨트립이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씨트립이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업자인것은 맞지만 여행업은 각 나라별로 시장 상황이나 고객들의 성향 등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해서 한국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롯데그룹과 손잡고 한국에 처음 진출할때도 우려가 있었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산업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두 회사를 포함해 인터파크투어, 롯데관광, 노랑풍선, 여행박사, 웹투어 등 상위 10~20개 내외 업체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 지역 여행업체 1만여개가 나머지 시장을 소분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시장은 굉장히 세분화 돼 있고 숙박이나 항공 등 가격대가 이미 형성돼 있어 어떤 한 업체가 획기적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씨트립이 국내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국내 여행 시장이 재편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씨트립이 국내 여행사와의 직접 경쟁이 아니라 최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을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씨트립이 글로벌 여행업체를 
인수·합병해 몸집을 대폭 키운 만큼 한국 중견 여행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법인을 신설했다는 분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완다그룹이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노랑풍선이 현재도 매물로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씨트립이 노랑풍선과 같은 국내 중견 업체를 인수·합병한 뒤 몸집을 키워 국내 여행 업체와 경쟁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씨트립이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여행업체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나 당장 인수를 진행한다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씨트립은 지난 
2015년 10월 중국 2위 온라인 여행사인 취날(Qunar)과 합병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영국의 여행상품 가격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를 14억 파운드(한화 약 2조251억원)에 인수했고 인도의 최대 여행사인 메이크마이트립(Make My Trip)의 지분 15%를 1억8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하는 등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씨트립은 이같은 투자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순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 증가한 약 61억 위안(약 1조121억원)을 기록했다. 1999년 씨트립 설립 이후 최대 기록이다. 올해 2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순수익이 40~4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