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본부장‧영업본부장 대기발령…‘꼬리자르기’식 인사 조치 반발지점장 인사평가 불합리성 알리고자 했지만 CEO 면담 요청 묵인
  • 푸르덴셜생명 지점장의 안타까운 투신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회사의 미흡한 대처로 설계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사건의 진상규명 일정과 시스템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없이 관련자 인사 조치를 먼저 단행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는 CEO 태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커티스 장 대표는 전날 전속 설계사들의 개인 이메일로 공식 사과문을 배포했다.

  • ▲ 푸르덴셜생명 커티스 장 대표가 7일 설계사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배포했다. 커티스 장ⓒ홈페이지 캡처 등
    ▲ 푸르덴셜생명 커티스 장 대표가 7일 설계사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배포했다. 커티스 장ⓒ홈페이지 캡처 등

    커티스 장 대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진상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7일부로 최규상 총괄본부장과 이상준 제3영업본부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해 회사가 이를 수용해 대기발령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CEO인 커티스 장이 총괄본부장의 역할을 맡고 후속 조치는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지점장 자살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면서 커티스 장 대표가 진화에 나섰지만 영업현장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A지점장이 대표이사에게 3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를 묵살한 이유에서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커티스 장 대표가 직원의 면담 요청을 묵살한 것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가 없는 상태다.

    영업현장에서는 커티스 장 취임 후 지시에 복종하는 상명하복의 분위기가 조성된 게 A지점장이 자살을 선택한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커티스 장 대표가 2015년 CEO로 공식 취임하고 올해 3월 재선임 되는 상황 속에서 실적 압박이 계속됐다"며 "내부 소통보다 숫자에 급급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본부장급들도 영업현장에 압력을 가하는 '갑질'문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 영업 지점장이었던 A씨(58세)는 지난 5일 역삼동 소재 본사 건물 21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A씨는 1996년부터 위촉계약을 맺어왔지만 올해 부당한 지점평가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계약해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장에 대한 평가는 실적과 더불어 신입사원 채용 등을 바탕으로 내려진다. A씨의 경우 리쿠르팅(인력채용)이 본부장에 의해 의도적으로 거절됐고 이 과정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끈 지점은 전국에서 2~3위를 할 정도로 실적이 우수했다.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LP)는 "신입채용은 1차로 지점장과 설계사들이 면접을 진행하고 본부장이 2차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본부장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다보니 부당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한편 푸르덴셜생명은 신뢰중심, 가족사랑 및 인간사랑의 정신을 비전으로 두고 있으며 CI는 '신뢰'와 '안심'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