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화 등 신약개발 한계·리베이트 등 위험요소로 철수
삼성 '바이오 CMO', SK '바이오·백신' 등 선택과 집중 전략 주목
  • ▲ CJ헬스케어 본사. ⓒCJ헬스케어
    ▲ CJ헬스케어 본사. ⓒCJ헬스케어


    CJ그룹이 제약사업부문인 CJ헬스케어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면서 제약사업을 철수하는 대기업의 사례가 또 남게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약은 2011년 롯데제과에 합병됐고, 한화케미칼은 2014년 드림파마를 매각했으며, 아모레퍼시픽의 태평양제약은 2013년 한독에 인수·합병됐다. 이들에 이어 CJ헬스케어는 네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 신약개발 한계·리베이트 등 위험요소 사업철수 원인 

    대기업이 제약사업에서 줄줄이 철수하는 이유로는 타 산업에 비해 낮은 수익구조와 불법 리베이트 관련 위험요소가 크게 꼽힌다.

    CJ헬스케어의 경우 올해 첫 신약을 냈음에도 사업을 접는데 대해 업계서는 투자 대비 수익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약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분야로 꼽힌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전문위원은 "오랜시간과 큰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구현 가능성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을뿐 아니라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적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신약 연구개발 비용은 2015년 1498억 달러에서 연평균 2.8% 증가해 2022년 18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신약 허가 건당 연구개발 비용은 평균 24억 달러에 달한다.  

    신약개발 사례를 보면 5000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5개 만이 임상에 진입하고, 그 중 하나의 신약만이 최종적으로 판매허가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다.

    또 미국 FDA 허가를 위해 소요되는 임상 기간도 1990~1994년 동안 평균 4.6년에서 2005~2009년 동안 7.1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제약사들의 경우 연매출의 20%이상을 매년 R&D비용으로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수준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제네릭(복제약) 위주로 외형을 확대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제네릭 위주의 사업은 약가인하 등의 정책에 따라 내수시장에서 외형 확대에 한계가 있고, 자칫 불법 리베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한화그룹의 계열사였던 드림파마의 경우 2007∼2008년 374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접대비 등으로 장부에 허위 기재해 법인세 111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주요 간부들이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기업이미지 훼손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삼성·SK 등 '선택과 집중' 통한 사업전략 돋보여

    이로써 대기업 가운데는 삼성, SK, LG 등이 제약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LG그룹은 2002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제약사업부문을 LG생명과학으로 분사했다가 15년 만에 다시 LG화학에 흡수하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따라서 대기업의 제약산업 진출에 있어 '선택과 집중'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 위탁생산(CMO) 사업에 확실히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규모를 빠른 시간 안에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려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신축하고 있는 3공장이 내년 완공되면 세계 1위 규모의 바이오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2011년 설립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내는 성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타 산업에서는 보편화되어 있었지만 바이오제약 산업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던 설계, 조달, 시공 등 주요 공종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공법'을 통해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설명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레미케이드, 엔브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판매하게 되는 결과도 이뤘다.

    SK는 바이오와 백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내년 수면장애 치료 신약과 뇌전증 신약을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희귀질환치료제인 만큼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SK케미칼은 프리미엄 백신 개발을 통한 특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4가독감백신을 개발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전세계 두번째로 대상포진 백신을 허가받았다.

    SK케미칼은 향후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가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018년 수두백신, 2019년 소아장염백신, 2020년 자궁경부암백신 및 장티푸스백신 등의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주목받음에도 대기업의 잇따른 사업 철수가 이어지는 상황은 제약업계의 R&D투자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환경에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한 '제약'이 아닌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