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구조조정 없이 업무 재조정…고객 중심 서비스 전환전 직원 정규직 전환 성공 'PC 오프제' 저녁 있는 삶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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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금융권 핫이슈였던 씨티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국내 금융권에서 70% 가까이 지점을 없애는 것은 전례없던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큰 우려를 낳았던 고객 이탈이나 민원 폭주, 직원 고용 불안 등의 문제점 없이 안정적으로 착륙한 모습이다.

    ◆디지털 체제 매듭…분당WM센터 입지 선정 완료

    지난해 3월 씨티은행 노사는 5개월여 간의 갈등대장정에서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이후 3개월에 걸쳐 소비자금융 영업점 126개 가운데 90개 지점 통폐합을 순차적으로 완료했다.

    바야흐로 디지털 금융시대를 맞아 일반 지점을 대폭 줄이는 대신 인터넷·모바일뱅킹을 강화하는 비대면 전략을 내세운 게 핵심이다.

    일반 지점 25개, 자산관리센터 7개, 여신영업센터 4개 등 총 36개 소비자금융 영업점이 진용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도 신설됐다.

    이로써 씨티은행 직원 900여명이 대이동했다. 센터 한 곳당 평균 70명 내외의 직원들이 재배치됐으며, 고객센터에는 220여명의 직원들이 상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씨티 체제의 마지막 주자인 분당WM센터도 최근 건물 입지 선정을 완료해 올 상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차질 없이 구현됨과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도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노사 간 '윈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 박진회 씨티은행장(왼쪽)과 송병준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7월 201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열고 합의안에 서명했다. ⓒ씨티은행
    ▲ 박진회 씨티은행장(왼쪽)과 송병준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7월 201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열고 합의안에 서명했다. ⓒ씨티은행

    ◆고용 안정 '방점'…전 직원 정규직 전환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점을 찾는 부분에서 가장 공들인 것은 직원 고용 안정을 통한 고객 중심 서비스 강화다.

    특히 소비자금융 영업점 101개를 통폐합한다는 애초 계획에서 11개를 살려 지방 거점 점포를 최소한으로 남겼으며, 지방 거주 직원들이 수도권으로 상경하지 않도록 고용 안정을 확보했다.

    이로써 영업점 축소에 따른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도 발생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일과 삶을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후 5시면 업무가 마감되는 'PC오프제도'를 도입해 주 35시간 근무를 실현했고, 올해부터 연속 10영업일 유급휴가도 쓸 수 있게 됐다.

    은행 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이뤄냈다.

    창구 텔러 및 일반사무 계약직 302명 전원과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전문계약직 5급 45명 등 총 347명을 정규직화했다.

    미봉책에 불과했던 기존 금융권의 정규직 전환 방식이 아닌 기존 정직원과 동일한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을 적용시켰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차별 철폐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금 저하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신규 채용을 유도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를 실현했다"며 "고용의 양과 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부합하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씨티發 디지털 전략은 '쭉~'

    지난해 뜨거운 한 해를 보낸 씨티은행이 이제는 뿌린 씨앗의 토대를 탄탄히 다져야할 때다.

    씨티은행은 간편함과 심플함을 무기로 내놓은 '씨티 뉴 인터넷뱅킹'과 '씨티모바일' 앱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비대면 영업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을 모시기 위한 WM센터 확장을 통해 타 은행과 차별화된 자산관리 전략을 취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궁극적인 목표인 모든 은행거래가 디지털 채널을 통해 가능토록 만들기 위해 올해에도 디지털영업에 고삐를 죈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도 강화해 디지털 역량을 다지고 고객의 이익까지 초점을 맞춰 생산성 제고에 나선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PC오프제도를 도입한 것은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며 "올해에는 프로세스 개선 및 업무 효율화와 부서간의 협업, 자율근무제를 통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고객 서비스뿐만 아니라 내부 업무에도 디지털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옴니채널 구축 및 데이터 활용, 기업금융 신기술 도입 등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금융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씨티은행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차세대 전산 구축을 위한 투자에 나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