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소장 변경만 4차례… 사실상 증거 부족 '무죄' 가능성"'정치적 영향-반기업정서' 등 개입 가능성… 법리판단 방해 우려 여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세기의 재판'으로 일컬어지는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공판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 측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가운데 재판부의 판결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다수의 재계·법조계 관계자들은 유죄를 입증할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 부회장의 무죄 또는 최소 집행유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1심과 같이 정치적 흐름 등과 맞물려 온전한 법리 판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어 최종 형량에 대한 우려는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부는 앞서 진행된 1심에서의 내용과 함께 17차례 항소심 공판에서 이뤄진 증거조사 및 증인신문 등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인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이 부회장의 형량과 관련해선 무죄와 집행유예를 주장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심과 같이 특검의 '스모킹 건(결정적증거)'이 없었다는 게 그 근거다. 

    특검은 약 3개월간 치러진 항소심에서 3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는 이른바 '백지 공소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항소심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혐의의 경우 기존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유지하면서 단순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했다. 또 다른 쟁점인 정유라 승마지원에 대해서도 단순 뇌물혐의에 제3자 뇌물혐의까지 예비적으로 더한 것.

    결심공판 직전엔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0차 독대(2014년 9월 12일)'의 존재를 주장하며 한 차례 더 공소장 변경을 시도해 논리의 일관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국정농단 정점에 위치한 최순실씨 역시 증인으로 출석, 특검이 주장하는 각종 혐의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최씨는 정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제공된 마필 및 차량의 소유권이 모두 삼성에게 있었다며 소유권 이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을 무력화했다. 

    특히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씨만을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증언을 내놓으며 기존 특검의 기소 논리를 흔들기도 했다. 때문에 항소심을 과정을 지켜본 이들은 특검의 열세를 주장하며 1심에 비해 낮은 형량을 확신하는 모양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의 4차례에 걸친 공소장 변경이 사건의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특검이 핵심 증인으로 지목한 최씨의 증인신문에서도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끌어내지 못한 점 등이 무죄 판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가장 큰 우려로 꼽히는 것은 정치적 목적의 개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1심 역시 결정적 증거의 부재에도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해 '여론에 휩쓸린 재판'이라는 평가가 나돌기도 했다. 이번 항소심 기간 중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와 함께 공정위의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변경이 이뤄져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더욱이 공정위가 결심공판을 앞둔 시점에서 2년만에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며 결정을 번복하자, 법 집행의 신뢰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특검 측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캐비닛 문건'이라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된 것과 같이 피고인들의 감형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는 게 대다수 재계·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이러한 정치적 영향과 함께 반기업·반재벌정서 등 여론이 재판부의 순수한 법리 판단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1심과 같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곳곳에 자리한 외부적 요인들의 작용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며 "특히 삼성 뇌물사건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감도 판결에 내심 반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