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2011년 두 차례 상장불발… 2년 안 성사돼야영업성적·재무성과 동반부진… 증권 "매력적이지 않아"
  •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SK건설 상장설이 오랜만에 대두됐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와 관련한 숙제도 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보니 설에 그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시기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주력사업인 플랜트부문이 삐걱거리면서 영업성적과 재무성과 모두 신통치 않다는 점에서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SK건설 상장을 중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이 IPO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태원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 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앞서 SK건설은 2008년에도 상장을 추진한 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2011년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추가배정하면서 상장재추진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SK건설은 최 회장이 지배하는 지주사 SK㈜가 가장 많은 44.4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지배하는 지주사 SK디스커버리는 28.25%를 쥐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말 SK케미칼이 인적분할해 출범한 지주회사다.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계열사 지분만 보유해야 한다. SK㈜와 SK디스커버리가 2년 안에 지분을 모두 처분하던지, 아니면 둘 중 한 곳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입해 완전한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즉 한 곳은 보유지분을 정리해야 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두 지주사가 모두 지분을 보유 중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IPO와 구주(기존 보유지분) 매출을 활용할 가능성을 점쳐왔다.

    상장 후에는 기업가치가 더 높아지는 만큼 그룹차원에서 SK건설을 상장하고 SK㈜ 혹은 SK디스커버리가 순차적으로 SK건설 지분을 최소 보유기준은 20%까지 매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 쪽 주주가 지분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으면서 지분을 팔고 나올 수 있다는 관점에서 IPO는 계열분리를 위한 매력적인 카드"라며 "아직 SK㈜나 SK디스커버리 가운데 누가 구주 매출에 나설 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이 단기간 내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건설은 현재까지 국내 증권사들에 IPO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지 않았다.

    최근 SK건설 영업성적과 재무성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데다 일부 대형건설사의 대규모 해외부실 등으로 건설업종 주가가 부진한 점도 상장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SK건설은 별도 누계 기준으로 매출 4조5715억원·영업이익1396억원·순이익 769억원의 영업성적을 거둬들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2.6%·27.3% 감소했고, 순이익은 46.1% 증가했다.

    주력사업인 플랜트부문 매출감소 영향이 컸다. SK건설 화공플랜트사업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핵심이다. 국제유가 하락 이후 중동 등 지역에서 발주가 줄어든 데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사업도 공사비 지급이 연기되는 등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실제로 3분기 기준 화공플랜트부문과 산업플랜트부문 매출액은 각각 2조141억원·594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5.5%·23.6%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건축주택사업부문 매출은 7045억원에서 1조1106억원으로 57.6% 뛰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2%에 그쳐 플랜트부문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건설 측은 "화공플랜트 부진은 유가하락 이후 발주가 줄어들면서 현재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16년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의 경우 50% 가까이 증가했다. 실적부진을 얘기하기엔 거리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재무건전성과 잠재 리스크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등이 전년대비 개선세는 보였으나 여전히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유동비율은 전년대비 1.12%p 증가한 116%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사 평균 123%를 하회했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18.6% 감소한 51.6%를 기록해 11개사 평균 27.1%를 크게 웃돌았다.

    부채비율도 전년 280%에서 268%로 줄어들었지만 11개사 평균 126%를 두 배 이상 상회했다. 특히 실질 부채비율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SK건설은 지속적인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해 왔으나, K-IFRS를 준용할 경우 상환우선주는 실질적으로 차입금 성격을 보유한 부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상환우선주 발행액과 상환청구권이 있는 매출채권 할인잔액을 고려한 조정부채비율은 2017년 상반기 기준 440%로, 단순 부채비율 254%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 리스크 중 하나인 매출채권 1조7832억원은 3분기 매출액 1조6282억원을 웃돈다. 전년보다 7.28% 줄어들었지만 11개사 평균 감소율 12.5%에는 못 미친다.

    매출채권과 관련 SK건설 측은 지난해 9월 투자설명서를 통해 "매출채권회전율이 비교적 저조해 채권회수 지연으로 인한 추가 대손 발생 및 자금 유동성 저하의 가능성이 있으며 총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인 채권 회수의 저조로 당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시한 바 있다.

    또 다른 리스크로 꼽히는 미청구공사액 경우 전년 8332억원에서 8625억원으로 3.51% 증가했다. 이 기간 11개사는 평균 5.40% 감소했다. 미청구공사 줄이기에 나선 업계 분위기를 역행한 셈이다.

    한편, SK건설 상장과 관련해 SK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2년 내에 SK건설 소유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상장시점은 빨라도 몇 년 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