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RT.ⓒ연합뉴스
    ▲ SRT.ⓒ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수서발 고속철(SRT) 전라선 투입과 관련해 줏대를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철도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국토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고위층은 여당 눈치를 살피는 기세다.

    19일 국토부와 철도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강원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면서 경강선(서울~강릉)에 투입된 KTX가 수요에 맞게 재편성될 전망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기간 경강선에 투입된 KTX는 기본 15편성으로, 개회식 등 수요에 따라 19편성 이상이 투입됐다. 편도 기준으로 하루 주중 18회, 주말 26회 운행하던 것을 51회로 늘려 운행해왔다.

    올림픽 특수가 끝났으므로 조만간 고속철 재편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업계에서는 이번 경강선 열차 조정이 SRT 전라선 신설의 기회라는 견해가 많다.

    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이 올 초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공공성 강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철학을 고려할 때 SR 출범 초기부터 요구가 있었던 전라선 운영을 염두에 둘 만하다는 의견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투입했던 KTX가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열차를 SRT 전라선에 투입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해 11월 호남지역을 방문했을 때 기자간담회에서 "SRT에 전라선 노선이 없어 불편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SRT에 전라선을 신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 한 측근은 "당시 발언은 평창올림픽 때 집중 배차된 차량을 재조정하게 되면 열차 공급이 부족한 (전라선 등) 노선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국토부 설명을 듣고 한 얘기"라고 부연했다.

    SR도 출범 이후 줄곧 요구가 있었던 전라선 운행과 관련해 모의실험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검토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열차를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안, 경부선 등 기존 노선의 열차를 전라선으로 변경 투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는 설명이다.

    SR 한 관계자는 "코레일에서 넘어온 기장 중 전라선 운행 경험이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정책 결정이 이뤄지면 최소 3개월 뒤에는 전라선 운행이 가능할 거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철도정책을 맡은 국토부의 태도다. SR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공공성 강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정치권 눈치만 살피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SRT 전라선 신설은 결정된 바 없다"며 "(코레일-SR 통합 여부 논의와) 연계돼 있다. 여유분 (열차는) 있는지, 있다면 어디 (노선)에 넣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업계와 국토부 일각에서는 SRT 전라선 신설과 코레일-SR 통합 논의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고속철 선로배분계획은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수시로 변경이 가능한 만큼 통합 논의와 별개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견해다. SRT 전라선 서비스 후 코레일-SR 통합이 결정돼도 새 운행계획에 맞춰 선로배분을 다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SR 통합 여부는 (지난 1년간 SR 운영실적 등을 토대로 진행하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라며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SRT 전라선 서비스 확대와는 별개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김 정책위의장의 지난해 SRT 전라선 추진 발언과 관련한 추가 질문에 "(김 정책위의장의) 말씀이 있었다면 당연히 국토부와 협의해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 고위 관계자가 여당 정책위의장의 말에 태도를 바꾸는 게 정부가 강조하는 철도 공공성 강화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