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학회서 차세대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 항암신약 후보물질 3종 발표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다양한 치료가능성 확인
  • ▲ 한미약품이 미국암학회에서 항암신약 후보물질 3종을 발표했다. ⓒ한미약품
    ▲ 한미약품이 미국암학회에서 항암신약 후보물질 3종을 발표했다.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신규 개발에 착수한 차세대 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 3종을 공개하고,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의 폐암 외 다양한 암 치료 가능성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8년 미국암학회(AACR)에서 차세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HM43239), 차세대 간암 치료제(HM81422), 현재 표적 치료제가 없는 소세포폐암 치료제(HM97211) 3종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상용화를 위한 속도감 있는 개발에 나서겠다고 18일 밝혔다.

    먼저 HM43239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유발하는 FLT3(FMS-like tyrosine kinase 3) 돌연변이를 억제하면서도 기존 FLT3 저해제의 약물 내성을 극복한 후보물질이다. 

    FLT3는 조혈모세포 및 조혈전구세포의 생존, 증식, 분화, 세포자멸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다. FLT3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하위 신호 전달이 과활성화되면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게 돼 백혈병이 발병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약 30%가 FLT3 돌연변이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FLT3 돌연변이 메커니즘 및 급성 골수성 백혈병 재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백혈병 줄기세포에 대한 억제효과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미약품은 FLT3 변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주를 이용한 다양한 동물 실험에서 HM43239의 우수한 효력을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중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은 HM81422의 간세포암 세포주에 대한 세포 안팎의 작용기전 및 항암 효과를 확인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HM81422는 FGFR4(Fibroblast growth factor receptor 4)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차세대 간세포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간세포암은 가장 흔한 원발성 간암으로, 전체 간암의 75~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GFR은 암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 증식인자 수용체로 4개의 아형(FGFR1, FGFR2, FGFR3, FGFR4)이 있는데, 이 중 FGFR4와 그 리간드인 FGF19간의 신호전달 체계 이상이 간암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HM81422는 FGFR4에 대한 선택적 효소 억제활성은 물론 간세포암 세포주에 대한 우수한 세포증식 억제효능을 보였으며, 동소이식모델을 포함한 이종이식모델 시험에서 단독요법으로 항종양 효과를 나타냈다.

    또 다른 후보물질 HM97211은 현재 표적 치료제가 없는 소세포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신약으로, 한미약품은 HM97211의 전임상 연구에서 소세포폐암 항암효과 및 이에 대한 약력학 반응과 연관성을 보이는 바이오마커를 규명했다.

    소세포폐암은 일반상피가 아니라 신경내분비세포에서 기원하는 암으로, 전체 폐암의 10~15%를 차지한다. 폐암 중에서 가장 악성도가 높고, 급격히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진단 당시 이미 수술이 어려울 만큼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으며, 전신으로 잘 전이된다.                        

    HM97211은 암 억제 유전인자들을 방해해 암을 유발하고 기존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는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LSD1, Lysine-specific demethylase 1)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과 세포 사멸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권세창 사장은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의학적 언맷니즈 충족이 시급한 항암제 분야에서 글로벌 신약을 창출할 수 있도록 회사의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상용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포지오티닙, 폐암 외 다양한 암 치료 가능성 확인

    또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과 라이선스 계약한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의 HER-2 엑손20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전임상 및 임상 데이터도 발표됐다.

    엑손은 유전자의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부분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0% 가량에서 20번째 엑손 유전자가 변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 이를 표적해 치료하는 의약품은 없다.

    HER-2는 신호전달을 통해 세포 성장 및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HER-2 과잉 발현은 유방암의 나쁜 예후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EGFR(암세포의 성장, 분화 및 생존에 대한 신호전달 경로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과 더불어 HER-2 엑손20 유전자가 변이된, 두 가지 유형 모두에서의 난치성 암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어서 향후 포지오티닙이 다양한 암종을 타깃하는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임상종양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존 헤이맥(Heymach) 교수는 기존에 진행해 온 EGFR 엑손20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의 임상 2상 중간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헤이맥 교수는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ORR(객관적반응율)은 20~30%였으나, 첫 환자 11명에서 확인한 포지오티닙의 ORR은 매우 고무적인 수치인 64%로 나타났다"며 "이후 6.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PFS(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이 도출되지 않을 정도로 약효가 좋아 향후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MD 앤더슨 암센터의 시우닝 리(Xiuning Le) 교수 역시 "우리의 기대치를 크게 상회한 연구"라며 "30명의 피험자가 임상등록을 마쳤고, 추가 모집 중인 20명도 완료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18일 발표된, HER-2 엑손20 변이 연구를 주도한 재클린 로비쇼(Jacqulyne Robichaux) 박사(MD 앤더슨 암센터)는 "EGFR 및 HER-2 엑손20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포지오티닙의 데이터 결과는 이 약이 다른 엑손20 변이 암종에서도 원발 내성을 극복할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비소세포폐암 외에도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는 포지오티닙의 치료 효과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펙트럼 조 터전(Joe Turgeon) 대표이사는 "지속된 연구 결과들은 EGFR은 물론 HER-2 엑손20 변이 두 가지 모두에 포지오티닙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언멧 니즈가 높은 분야에서 포지오티닙의 유용성을 확인한 것은 물론, 포지오티닙 상용화 가능성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권세창 사장은 "이번 포지오티닙 임상 결과들을 통해 난치성 암 치료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며 "포지오티닙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빠르게 개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